"속으로 곪은 한미관계..금이 가고 있다"
김희상(金熙相) 전(前) 대통령 국방보좌관은 31일 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움직임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적합하지 않으며 잘못하면 큰 위기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3∼2004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방보좌관을 역임한 김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전시 작통권 환수 문제를 설사 논의한다고 해도 이는 미리 할 일이 아니다"며 "우리의 준비가 끝나고 한반도 통일과 중국의 민주화가 진척돼 동북아가 안정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전시 작통권 환수를 논의하는 것은 실익이 없으며 북한측에만 좋은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앞으로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소요가 제기될 텐데 이를 뒷받침해줄 나라는 미국 밖에 없다"며 "작전 통제권이 환수되면 군사적 소요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는 한미연합사(CFC)가 해체돼 파이프라인이 차단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보좌관은 현 CFC 체제에서 CFC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할 때 한국군에 대한 전시 작전통제권을 갖도록 돼있다며 이에 따라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단독으로 행사하면 당연히 CFC가 해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보좌관은 2003년 노 대통령의 초대 국방보좌관으로 발탁된 이후 노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전시 작통권 환수 움직임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그는 또 "2003년 청와대에서 전시 작통권 환수와 관련,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며 "환수 필요성을 제기한 사람은 뒤에 숨어 있었고 참석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책상까지 치며 환수 반대를 역설했고 이 문제로 스스로 사표까지 제출했다 반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보좌관은 또 "CFC가 해체되면 주한미군의 역할도 달라질 것"이라며 "주한미군도 정확한 연도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CFC 해체와 맞물려 지상군을 중심으로 추가 감축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당연한 순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통합작전사령관에 4성 장군을 둔다"며 "주한미군이 추가 감축돼 해.공군 위주로 바뀌면 현재 4성 장군인 주한미군사령관이 3성 장군으로 격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은 UEx(작전사령부급)로, 주일미군은 이 보다 더 큰 UEy(작전지원사령부급)로 변환돼 주한미군이 알게 모르게 주일미군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김 전 보좌관은 "그동안 한미 정부 당국자들은 겉으로는 한미관계가 좋다고 역설해왔지만 이런 공식적인 얘기와는 별도로 미 워싱턴의 전문가들과 의회 주변 등 정식 외교라인을 벗어난 쪽에서는 극단적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속으로 곪은 한미관계가 이제는 정말 정형화되고 표면화되고 정착화되는 것 같다. 금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한미군 반환 예정기지의 환경치유 문제와 주한 미 공군의 공대지 사격장 확보 문제 등 첨예한 한미간 현안에 대해 "큰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주한미군이 필요 없다면 무슨 짓을 해도 좋지만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면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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