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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6 09:34 수정 : 2006.08.06 09:34

`새로운 한일관계' 방향 제시..`아베의 선택' 주목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을 찾는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일 행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일정은 역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과의 만남이다.

무엇보다도 아베 장관이 '포스트 고이즈미' 시대를 이끌 차기 일본 총리로 사실상 굳어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관방장관과의 만남은 일종의 관행으로도 볼 수 있다. 2004년 3월 반 장관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당시 관방장관과 조찬 면담을 가진 적이 있다.

하지만 관행이라고 지나치기에는 이번 만남이 갖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반 장관은 일본에 체류하는 기간 카운터파트 격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과 별도로 회담을 가지면서도 아베 장관과 따로 만나는 일정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아베 장관에게 할 얘기가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현 총리 재임기간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시점에서 사실상 `정부 특사' 자격을 띤 반 장관이 차세대 지도자로 떠오른 아베 장관과 `특별한 만남'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베 장관이 지난 4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된 터다. 따라서 '총리가 된 뒤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계속 참배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부각된 상황에서 그에게 '한국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이 시점이 어느 때보다도 시의성이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듯하다.

정부 관계자는 "유력한 일본의 새 지도자 후보에게 근년들어 악화된 한일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한 외교적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8.15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따라서 반 장관은 이번 만남에서 일본의 새 총리 선출을 앞두고 선거 쟁점의 하나가 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대 입장을 아베 장관 본인에게 직접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대목에서 참여정부 출범 이후의 한일관계를 반추하고 있다. 참여정부 초에는 일본과 '셔틀 정상외교'를 실시할 정도로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했으나 `몇가지 요인'으로 인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몇가지 요인에서 첫번째로 거론된 것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다. 또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망언은 이어졌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 교과서 왜곡 파문이 일었으며 결정적으로 독도 영유권 문제까지 돌출됐다.

여기에 북한 문제도 한일 관계를 흔드는 변수가 됐다. 일본이 자국인 피랍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하지 못하자 대북 압박 정책을 취하면서 한일간 정치적 관계와 더불어 북한문제에 대한 공조체제 유지에도 어려움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한일간 과거사 문제는 단순한 과거의 역사 문제가 아니라 양국간 미래의 관계발전 방향을 설정하는데 근간이 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일본의 우파적 경향 확산을 좌시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이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해양조사 문제,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협정 문제 등 최근 일본이 우리 독도 영유권을 행동으로써 침해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우리에게 과거 일제의 한국 침탈 역사를 상기시켜줄 뿐 아니라 우리의 생존공간을 압박하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어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반 장관은 아소 외상 뿐 아니라 아베 장관을 만나 정부의 이런 기본적인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문사절이라는 특수한 외교적 신분임을 감안해 `자극적인 언행'은 자제하겠지만 전달할 메시지는 충분히 전할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반 장관의 일본행에서 한일 관계의 미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당국자는 "우리는 불편한 한일관계를 계속 유지시켜 나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뒤 "새로운 총리 하의 일본과는 원만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아베 장관을 향한 `정부의 메시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읽힌다.

고위당국자는 그러면서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 장관은 지난 4일 외교협회 연설에서 "아베 장관의 경우 총리의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고이즈미 총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아베 장관이 총리에 당선되면 국내외의 여론을 감안해 실제로 신사참배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결국 반 장관이 하고 싶은 말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한일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이 됐음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해 '새로운 총리는 신사참배를 자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아울러 고이즈미 총리가 8.15를 계기로 재임 기간 마지막 야스쿠니 참배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반 장관의 대일 메시지는 청와대와 충분한 교감하에 정리된 것으로 봐야한다는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또 고이즈미 총리가 또다시 8.15를 기해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할 경우 불거질 한일간 갈등 국면을 상정하고 차기 일본 지도자를 향해 '앞으로는 잘 해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새로운 한일 관계를 구축하자는 우리의 메시지에 대한 일본의 선택은 전적으로 일측에 달려있다"면서 "올 8.15를 끝으로 고이즈미 시대가 끝나고 차기 총리 시대부터는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전개해나가자는 우리의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는데 (반 장관의 방문은)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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