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감시.정찰 투자 계속해야"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7일 한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 행사 시기를 2009년으로 언급, 미측이 사실상 전시 작통권을 2009년에 이양하겠다는 의지를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벨 사령관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에 참석해 "지속적인 억지력 및 전투준비태세가 보장된 상태로 지금부터 2009년까지 3년에 걸친 조직적인 활동, 훈련 및 연습을 통해 전시 작통권 이양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 결과 한국의 전시 작통권 행사는 2009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 사령관은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양국의 합의가 가능하다면 2009년이 적합하며 이는 대단히 신중한 평가를 거친 후 나온 결론"이라며 "2006년에 (준비를) 시작하면 2009년에는 (이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2009년에 전시 작통권을 한국군에 넘기겠다고 밝힌 데 이어 벨 사령관이 2009년을 재차 언급함으로써 이달 14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협의결과가 주목된다. 벨 사령관은 "미국은 한국의 전시 작통권에 대한 갈망을 지원한다"며 미측의 작통권 이양의지도 확인했다. 또 "지휘체제가 어떻게 변하든 한미동맹은 공고하고 (억지)능력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다"고 전시 작통권 이후에도 한미동맹 약화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그는 "지휘체제 변화 이후에도 우리가 전장에 투사하는 능력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고 지휘체제 변화로 군사능력이 저하된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벨 사령관은 특히 2009년을 제시하고 있는 미측과 2012년이 적정시기라는 한국측의 입장차이에 따른 3년간의 공백에 대해 미측의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 제공을 강조했다. 그는 "정보.정찰.감시 등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미국은 한국으로 하여금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 하도록 할 것이며 그 이전까지 미국은 한국군을 지원하고 협조할 것이다. 갭(전력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에 가능하다'는 판단의 근거로 보완전력 외에 한국군의 탁월한 능력과 북한의 군사위협을 들고 이에 대한 견해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벨 사령관은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며 한미동맹을 합치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동성, 정보, 지.해.공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며 "반면 북한은 경제 순위에서는 세계 87위이자 우방이 없는 고립된 국가"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고려하면 우리는 북한에 대해 효과적 억지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북한이 공격을 하면 어리석은 결정이 될 것이며 한미 양국은 격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실시된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 등을 언급하며 "한국군 지휘관들은 탁월하고 훌륭한 리더"라며 "이 분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대한민국은 주요 지휘관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긍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벨 사령관은 다만 전시 작통권을 단독행사하면 전쟁계획이나 지휘구조, 작전계획 등이 변화하고 전쟁계획이나 작전계획을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지휘관계가 변하기 전에 이들 문제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럼즈펠드 장관과 벨 사령관의 2009년 언급에도 불구하고 전시 작통권 이양시기에 대한 한미간의 협상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박선원 청와대 안보전략비사관은 6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미측이 제시한 목표연도인 2009년에 대해 깊은 주의를 기울이되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정치적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 미측이 그에 대한 상당한 신축성을 갖고 대응할 것이라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우리 측에 알려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측이 신축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가 오는 14일 한미 정상회담과 이달 중순께 열릴 예정인 한미 안보정책구상(SPI)회의, 다음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38차 SCM에서 전시 작통권 환수 시기를 놓고 한미가 어떤 타협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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