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94~1995년 한국, 러시아,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과 공동으로 동해 방사능 오염조사를 실시한 이후 필요에 따라 단독으로 별다른 통보조치 없이 방사능 오염조사를 실시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전 통보'는 그런 분석에 설득력을 더했다. 정부는 일측의 이번 통보에 대해 `국제법에 따라 우리 측 EEZ 안에서 조사하려면 우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일측은 역시 자국 EEZ 안에서 이뤄지는 조사라는 논리를 내세워 강행하겠다는 뜻을 일본 언론을 통해 내비쳐왔다. 결국 정부는 이달 4~5일 제6차 한일 EEZ 경계획정 회담과 6~7일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 등을 계기로 공동조사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해 일본과 합의를 이뤄냈다. 이달 20일 일본의 새 총리 선출을 계기로 한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마당에 올 4월 일측이 수로측량을 계획했던 때와 같은 긴장이 발생할 경우 양측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는 점 등을 감안, 공동조사라는 타협안을 만든 것이다. 특히 일본이 조사를 강행하고 우리가 지난 4월의 대응기조를 적용해 공선(公船)에 해당하는 일본 조사선박에 물리력을 행사할 경우 국제적 관심이 동해에 쏠리게 되고 그 경우 일측이 주장하는 `사전통보제'가 국제사회에서 문제 해결책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입장과 쟁점 = 정부는 이번 합의에 대해 독도 영유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일본과의 분쟁을 피하는 `창의적 절충안'으로 자평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단독조사 계획을 막은 것도 성과였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합의한 대로 IAEA가 참여하는 조사가 될 경우 동해의 해상경계를 둘러싼 한일 갈등은 희석되고 공익적 측면이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과 행동을 같이 해야 한다는 점에서 못마땅한 점이 없지 않지만 독도 영유권 훼손을 피하면서 한일간 갈등도 피한다는 차원에서 공동조사는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철희 교수는 "이번 합의가 없을 경우 일본은 조사를 강행해 분쟁을 유발함으로써 국제사법재판소 등의 개입을 이끌어 내 `사전통보제'를 관철하려 할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우리로서는 사전통보제 시행을 막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올 4월 일본이 독도 근해를 포함한 동해 일대 수로측량을 추진했을 때만 해도 `더 이상 조용한 외교는 없다'며 일측 선박에 대한 나포까지 불사하려 했던 정부가 태도를 바꿔 일본과 타협안을 도출한 데 따른 후유증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독도수호운동을 벌이고 있는 민간단체인 독도본부는 "한국 정부가 대한민국의 주권 수역 안에서 연안국의 권리에 속하는 사항에 대하여 영토 경쟁 상대국인 일본과 공동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아니면 일본의 권리가 보장되는 어떤 조치를 취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영토주권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공동조사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이 4월 실시하려다 보류한 수로측량을 비롯, 한일간에 충돌의 소지가 있는 해양과학조사들이 앞으로도 적지 않을 것인데 다른 조사 때도 공동조사라는 해법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공동조사는 방사능 조사 문제에 국한해서 논의한 것"이라며 "이번 건의 경우 공익성과 과학기술적 측면이 강한데다 선례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공동조사 방안이 앞으로 다른 해양과학조사 관련 협력방안을 협의하는데 자동적으로 적용된다고 말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조준형 서동희 기자 jhch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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