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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14일(15일 새벽)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 결과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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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대북 정책 ‘큰 틀’ 합의
외무장관·안보보좌관 ‘2+2 협의’서 접근
현안 진전시킬 ‘실질적 방안’ 가시화 될 듯
한-미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견은 동해만큼이나 넓다는 <뉴욕타임스> 지적처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애초 크지 않았다.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낼 묘책을 찾지 못한 채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원론적 수사만 나열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이런 분위기는 14일(한국시각 15일 새벽)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두 나라 외무장관과 안보보좌관의 ‘2+2’ 협의에서 ‘공동의 포괄적인 접근방안’에 관해 의견이 접근하면서 조금 달라졌다.
두 정상도 이날 회담에서 안보리 대북결의 1695호를 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규탄과 제재를 넘어서 결의에 담겨 있는 북핵 등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이를 바탕으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9·19 공동성명의 조속한 이행을 거듭 천명하면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데 합의했다. 두 정상은 또 이 방안이 “지금까지 한-미 두 나라 고위 실무선에서 계속 논의가 되어 온” 것이라고 밝혀,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분명히했다.
물론, 두 정상이 합의한 ‘공동의 포괄적인 접근방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이날 회담 내용 등으로 미뤄보면, ‘공동의 접근방안’은 미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대북 금융제재와는 다른 차원에서, 북한을 6자회담이라는 대화 틀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 참여의 선결조건으로 마카오 방코텔타아시아(BDA) 계좌에 대한 금융제제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국내법 위반 사안에 대한 제재 완화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란에서 어느 한쪽의 양보가 없는 한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공동의 접근방안’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기 위해선 어느 한쪽의 양보가 아닌 미국, 북한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 한국과 미국·북한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지난해 채택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라는 것뿐”이라며 “결국 당시 합의사항 가운데 북한과 미국 양쪽이 동의할 수 있는 조항을 지렛대로 해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는 6자회담 재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6자회담이 재개됐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문제까지 포함하는 합의를 이룸으로써 북-미가 서로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실질적 계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예컨대 북한이 영변의 5㎽ 원자로 가동을 동결한다면 그에 상응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북한 방문과 중유 등 에너지 지원을 하는 방안 같은 것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명분 싸움을 넘어서, 실질적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협상 재개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9·19공동성명을 채택한 뒤 힐 차관보의 방북을 초청했으며, 당시 미국은 북한에 상호신뢰를 표시하는 조처로서 원자로 가동 중단 등을 기대했었다.
한-미 두 정상이 합의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은 북한과의 합의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그 내용은 중국-북한 등 앞으로 열릴 6자회담 당사국 간의 외교 협의를 통해 좀더 다듬어지고 조정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신승근 기자,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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