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개도국 멘털러티 벗어나야"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2일 차기 유엔사무총장 선출 4차 예비투표에서 안보리 후보로 사실상 내정되자 , 주뉴욕 대표부와 함께 다자외교의 또 한 축을 맡고 있는 주제네바 대표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유엔 유럽본부가 자리잡고 있는 제네바에서 군축과 인권, 통상 등 다자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주제네바 대표부 직원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삼삼오오 모여 한국인 최초의 유엔총장을 기대하며 마음을 졸였다.
반 장관이 4차 예비투표에서 `상임이사국 5개국 전체, 비상임이사국 10개국 중 9개국의 찬성 및 1개국 기권'이라는 결과가 외신을 통해 대서양 건너편으로 전달되자, 결과를 고대하고 있던 대표부 직원들은 탄성을 질렀다.
밤 늦게 소식을 접한 최 혁(崔 革) 대사는 "정말 쾌거"라고 말한 뒤, 기쁨에 겨운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숨을 고른 최 대사는 "대한민국이 아주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고,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뤄내고 특히 인권보호와 다원적 사회를 성취하는 등 모든 점이 평화.번영.인권.민주주의라는 유엔이 추구하는 이념을 그대로 실현한 나라라는 점이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리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사는 "이제는 5천년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능력이 알게 모르게 국제사회에 많이 알려지고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태열(趙泰烈) 차석대사(통상)도 "이는 반 장관 개인의 영예를 넘어, 그동안 남북관계와 4강관계에 묶여 있던 우리 외교의 지평과 영역이 그야말로 글로벌하게 확대되는 전기"라며 "외교관으로서 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 차석대사는 "무엇보다 이는 과거와는 달리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수준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 그런 만큼 우리도 국제사회의 엄연한 국가의 일원으로서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특히 개도국의 멘털리티를 벗어나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교량 역할을 찾기 위해 창조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장동희(張東熙) 차석대사(정무)도 "우리나라와 국민이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닦아온 노력과 실력이 반영된 결과로 생각하며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하고 "최종 결과가 빨리 나오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장 차석대사는 "유엔총장이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한국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반 장관이 국제사회 전체의 시각에서 인류의 복지와 평화, 인권 등을 위해 헌신하고, 그 결과가 좋을 때 한국의 위상도 올라가는 것"이라며 "반 장관은 물론, 우리 모두가 더욱 더 노력하고 많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유엔유럽본부에서 진행된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 집행이사국 회의와 오후에 진행된 유엔인권이사회 자리에서 주요국 대사들은 반 장관의 확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반 장관이 유엔총장으로 확정될 경우 그 밑에서 사무차장을 맡게 될 사쭈캉(沙祖康) 주제네바 중국대사는 우리측 관계자에게 다가와 반 장관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주제네바 북한대표부의 한 외교관도 반 장관의 유엔총장 진출 문제와 관련, "같은 동포로서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제네바 대표부 관계자는 전했다. 유엔유럽본부 기자실에서도 이날 오전부터 각국 기자들은 반 장관의 유엔총장 확정 가능성을 대체로 기정사실화하면서 반 장관의 성품과 종교, 외교관으로서의 자질 등을 캐묻는 등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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