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외교, 유엔총회 인준 앞두고 사표낼 듯
국방.국정원장 교체 여부도 주목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장관이 3일 사실상 차기 사무총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청와대에서는 후임 외교장관 인선을 비롯한 정부 외교안보팀 개편을 놓고 물밑 조율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변이 없는 한 반 장관은 오는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식 투표를 거쳐 유엔총회에서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인준을 받는 절차를 밟게된다. 이에 따라 16일께로 예상되는 유엔총회에 앞서 반 장관은 국내 외교총수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여서 후임 외교장관 인선논의가 불가피해 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1월부터 2년9개월여 동안 참여정부의 최장수 외교장관으로 재임한 반 장관이 명예롭게 물러나고, 그 바통을 누가 이어 받느냐에 따라 외교팀 컬러에 변화가 오는 것은 물론 외교부 본부와 주요국 대사인선에도 연쇄 인사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교장관 후임 인선이 좀더 큰 틀에서 참여정부 후반기를 이끌어갈 외교안보팀 진용의 전반적 개편으로까지 이어질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후임 외교장관 하마평 = 외교부 차관급 이상의 고위 외교관 상당수가 장관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선 유명환(柳明桓) 제1차관, 이규형(李揆亨) 제2차관과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안보실장이 유력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요국 대사로는 이태식(李泰植) 주미대사, 김하중(金夏中) 주중대사, 최영진(崔英鎭) 주유엔대사, 김재섭(金在燮) 주러시아대사 등도 당장이라도 장관수행이 가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외교부내에서는 '조직의 안정성' 측면에서 외무고시 7회인 유명환 차관의 발탁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유 차관은 반 장관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고 참여정부 임기후반의 외교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는 편이다.
이태식 주미대사도 하마평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대사직을 맡은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최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진 노 대통령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 접견 결과에 대한 이 대사의 워싱턴 현지브리핑이 다소 혼선을 일으켰던 문제는 인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의 귀띔이다.
노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송민순 안보실장의 기용 여부도 빼놓을 수없는 관전포인트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송 실장이 "장관감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는 평가가 많지만, 북핵 해법 등 산적한 외교현안을 풀어내는 현 시점의 안보실장 자리에 "송 실장 만한 사람이 없다"는 평가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 보인다.
외무고시 9회인 송 실장의 장관 발탁은 외교부 조직의 '세대 교체'를 크게 앞당긴다는 점도 변수이다.
◆외교안보팀 개편 확대되나 = 송 실장의 거취는 외교장관 자리뿐 아니라 외교안보팀 개편의 폭을 좌우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청와대 안보실장은 외교, 통일, 국방장관, 국정원장과 더불어 외교안보팀을 구성하는 핵심멤버이고, 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외교안보 방향을 좌우하는 자리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노 대통령이 외교안보팀내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송 실장을 어떤 카드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외교안보팀 개편의 폭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후임 장관 인선 논의조차 꺼리는 분위기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내에서 외교안보팀 개편 폭에 대한 방침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 장관의 후임 인선 시점을 전반적인 외교안보팀 개편 여부에 대한 고민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외교안보팀 멤버 가운데는 재임기간이 긴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방장관, 국정원장 교체 여부 = 일단 지난 1월부터 재임한 이종석(李鍾奭) 통일부장관은 계속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 대통령이 최근 "이종석 장관은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만한 통로"라고 말한 바도 있고, 임기 마지막까지 이 장관에게 남북회담을 비롯해 대북 업무를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던 탓이다.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교체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2004년 7월부터 장관직을 맡아왔고, 핵심 과제였던 국방개혁기본법안 성안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국회 법 통과를 전후해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국회 법 통과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 현안도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 마지막 국방장관으로 문민 국방장관을 기용해 국방개혁을 마무리 짓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승규(金昇奎) 국정원장의 거취도 관심이다. 지난해 6월 "탈정치의 국정원 혁신을 원활하게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측면에서 법조인 출신으로서 발탁된 김 원장은 1년4개월여동안 무난하게 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은 노 대통령이 표방한 '권력기관 정상화'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임기 말까지 수미일관된 개혁 의지를 보인다는 차원에서 국정원장 교체를 통한 또 한번의 분위기 쇄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은 외교안보팀 교체 여부와 관련, "아무런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성기홍 기자
sg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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