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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8 17:04 수정 : 2006.10.08 19:35

아베 총리(왼쪽)와 장성민 전 의원

아베 신조 신임 일본 총리가 9일 한국을 방문한다. 그의 방한을 기쁘고 열린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다.

그 이유는 지난해 6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전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1년 4개월째 단절되었던 한일 양국 정상회담이 비로소 그의 방한으로 복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신임총리의 방한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동북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일본과 함께 정치적 민주주주의, 시장경제, 언론과 시민사회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우선적으로 방문하지 않고 중국을 방문한 일은 잘못 되었다는 점이다. 일본외교가 장기적 명분과 실익보다는 단기적 실리에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되었건, 그가 일본의 최맹방인 미국에 앞서 동북아 지역을 취임 이후 첫 외교 행선지로 잡은것은 분명 그에게는 한일, 한중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청신호임이 틀림없다. 모처럼 맞이한 이 새로운 외교적 기회를 그가 놓치지 않길 바란다.

필자가 아베 총리에게 그런 개인적 기대를 갖는 것은 단순한 환상이나 일상적 소망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필자 나름의 아베 총리에 대한 개인적 호감과 믿음에 기초한 것이다.

언제였을까? 그 때가 아마 2004년 6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2차 방북을 막 마치고 돌아와 일본 도쿄 중심가에 있는 한 호텔에서 약 100여명으로 추정되는 기자들에 둘러싸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아베 총리와 필자는 바로 그 호텔의 지하에 있는 중국음식점에서 만나 오찬을 하면서 한일관계에서부터 북한 핵문제 그리고 중국문제와 미국과의 외교관계에 이르기까지 한일양국간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외교적 현안들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특히 북한 핵문제를 일본이 어떻게 대응해 나갔으면 좋겠는가하는 문제와,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하면 미국과의 삼각동맹 관계를 보다 강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정직한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말해 나는 그때 그의 신중하고 진지한 대화 태도에 깊은 인상을 갖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가 잘 조정되어야만 동북아 지역에서 평화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했었던 그의 "동북아 안정론"에도 적지 않은 공감을 나눴다.

그런데 내가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더 깊은 인상을 갖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메모하는 습관이었다. 그는 대화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갖고 있었고, 자신이 참고로 해야 할 모르는 부분에서는 남의 조언에 자신의 귀를 빌려주는 열린 자세를 견지할 줄 알았다. 틈틈이 대화도중에 이해가 잘 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상대방의 말을 놓치지 않고 묻고 또 물었던 그의 지적 호기심에서 나는 그가 21세기 일본차세대 지도자로 등극하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느꼈다.

그가 일본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보다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또 다른 강한 인상은 그의 생각 자체가 항상 우선적으로 일본 국민과 국가를 지향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갖지 못한 장점을 분명히 갖고 있었으며, 그의 이런 정치적 사고는 일본이란 나라와 국민들에게는 더 없이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 될 것임을 확신했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정치적 캐릭터가 주변국들에게는 그를 일본판 네오콘으로 혹은 군국주의와 국가주의적 지도자로 비판받고 의심받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그의 '일본 제일주의'란 생각에 대한 심각한 '경계와 우려'는 주변에서 발생했다.

얼마 전에 필자는 미국의 앤드루 카드 부시대통령의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초청토론회를 가진 후, 이들과 같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하여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북한 핵문제와 일본 젊은 정치지도자들의 군국주의적 생각을 들면서 이를 거침없이 비판했고 경계했었다.

그리고 미국의 대일정책이 일본의 젊은 정치인들로 하여금 이런 일방주의적 생각을 갖도록 부추기고 있다면서 부시행정부의 동북아정책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했다.

때마침 얼마 전에 나카소네 전 일본 수상이 한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관계를 위해서는 아베 신임수상이 당분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간에 한일 양국의 원로 지도자들은 동북아에서의 일본의 외교적 고립과 일본 정치인들의 군국주의적 정치행태에 적지 않은 경종을 보내고 있다. 필자는 아베 총리가 이 분들의 발언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리고 아무래도 아베 총리가 맹방인 미국에 앞서 동북아 외교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면, 나름대로 일본 외교가 겪고 있는 본질적 위기를 이 지역에서부터 먼저 해소해 나가야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그 전략적 판단이 무엇이든 간에 아베의 동북아 외교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고이즈미 전 수상의 실패한 외교모델을 따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충고해 주고 싶다.

동북아 정책에 관한 한 고이즈미 전 수상은 너무 고집불통적이었고, 부시 대통령은 무시정책으로 일관해 왔다는 비판과 평가를 면키 어렵다. 물론 우리도 아베 신임 총리가, 총리가 되기 전의 정치적 계산 하에서 던졌던 그의 공적 발언을 갖고 그가 마치 일본판 최고의 네오콘이라도 된 양 그를 무차별적으로 평가하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의 취임 이전의 발언들이 취임 이후에도 과연 정책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도 다시 유심히 관찰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 했던 정치적 발언과 대통령에 당선되면 막상 달라진 그의 태도간의 괴리를 수없이 보아왔으면서도 우리는 왜 일본 정치인을 보는 눈에서는 그런 시력을 잃고 마는가?

아베 신임 총리는 매우 신중하고 치밀한 정치인임에 틀림없다. 그는 동북아 지역에 대한 일본의 기존 정책과 전략의 큰 틀은 유지할지 모르나 고이즈미 전 수상처럼 일방적인 미국 편승외교를 지향해 가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 만큼 주변국들의 모든 여론과 조언을 무시하는 부시 편승외교의 결과인 고이즈미식 "나 홀로 일본외교" 보다는, 학구적이고 겸손한 자세의 아베식 "더불어 외교"의 자세로 순방길에 오르려 노력할 것이다. 그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중국과 한국을 먼저 찾는 것도 이런 그의 노력과 고민의 반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필자는 그가 이번 한중을 방문하면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솔직히 묻고 메모할 줄 아는 그런 겸손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의 그런 열린 자세가 일본을 가깝고도 멀게 했었던 고이즈미식 고집불통의 외교로부터 벗어나, 일본이 동북아 주변국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데까지 가까워져 보자"라는 아베식 대화 외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세계화시대를 맞아 "사고는 전 지구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라는 모토야 말로 한중일 전후세대가 새로운 동북아 협력관계의 구축을 위해 닭이 알을 품듯 가슴에 품어야 할 시대적 화두가 아닐까? 그 첫 알을 이번 한중 순방길에 오른 아베 신임 총리가 먼저 부화시켜 나가길 기대해 본다.

장성민(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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