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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왼쪽)와 장성민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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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이런 정치적 캐릭터가 주변국들에게는 그를 일본판 네오콘으로 혹은 군국주의와 국가주의적 지도자로 비판받고 의심받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그의 '일본 제일주의'란 생각에 대한 심각한 '경계와 우려'는 주변에서 발생했다. 얼마 전에 필자는 미국의 앤드루 카드 부시대통령의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초청토론회를 가진 후, 이들과 같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하여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북한 핵문제와 일본 젊은 정치지도자들의 군국주의적 생각을 들면서 이를 거침없이 비판했고 경계했었다. 그리고 미국의 대일정책이 일본의 젊은 정치인들로 하여금 이런 일방주의적 생각을 갖도록 부추기고 있다면서 부시행정부의 동북아정책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했다. 때마침 얼마 전에 나카소네 전 일본 수상이 한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관계를 위해서는 아베 신임수상이 당분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간에 한일 양국의 원로 지도자들은 동북아에서의 일본의 외교적 고립과 일본 정치인들의 군국주의적 정치행태에 적지 않은 경종을 보내고 있다. 필자는 아베 총리가 이 분들의 발언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리고 아무래도 아베 총리가 맹방인 미국에 앞서 동북아 외교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면, 나름대로 일본 외교가 겪고 있는 본질적 위기를 이 지역에서부터 먼저 해소해 나가야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그 전략적 판단이 무엇이든 간에 아베의 동북아 외교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고이즈미 전 수상의 실패한 외교모델을 따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충고해 주고 싶다. 동북아 정책에 관한 한 고이즈미 전 수상은 너무 고집불통적이었고, 부시 대통령은 무시정책으로 일관해 왔다는 비판과 평가를 면키 어렵다. 물론 우리도 아베 신임 총리가, 총리가 되기 전의 정치적 계산 하에서 던졌던 그의 공적 발언을 갖고 그가 마치 일본판 최고의 네오콘이라도 된 양 그를 무차별적으로 평가하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의 취임 이전의 발언들이 취임 이후에도 과연 정책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도 다시 유심히 관찰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 했던 정치적 발언과 대통령에 당선되면 막상 달라진 그의 태도간의 괴리를 수없이 보아왔으면서도 우리는 왜 일본 정치인을 보는 눈에서는 그런 시력을 잃고 마는가? 아베 신임 총리는 매우 신중하고 치밀한 정치인임에 틀림없다. 그는 동북아 지역에 대한 일본의 기존 정책과 전략의 큰 틀은 유지할지 모르나 고이즈미 전 수상처럼 일방적인 미국 편승외교를 지향해 가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 만큼 주변국들의 모든 여론과 조언을 무시하는 부시 편승외교의 결과인 고이즈미식 "나 홀로 일본외교" 보다는, 학구적이고 겸손한 자세의 아베식 "더불어 외교"의 자세로 순방길에 오르려 노력할 것이다. 그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중국과 한국을 먼저 찾는 것도 이런 그의 노력과 고민의 반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필자는 그가 이번 한중을 방문하면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솔직히 묻고 메모할 줄 아는 그런 겸손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의 그런 열린 자세가 일본을 가깝고도 멀게 했었던 고이즈미식 고집불통의 외교로부터 벗어나, 일본이 동북아 주변국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데까지 가까워져 보자"라는 아베식 대화 외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세계화시대를 맞아 "사고는 전 지구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라는 모토야 말로 한중일 전후세대가 새로운 동북아 협력관계의 구축을 위해 닭이 알을 품듯 가슴에 품어야 할 시대적 화두가 아닐까? 그 첫 알을 이번 한중 순방길에 오른 아베 신임 총리가 먼저 부화시켜 나가길 기대해 본다. 장성민(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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