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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통일외교안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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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난 새 통일외교안보팀
이재정 통일 내정자 취임은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가능
북한 핵실험과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당선을 계기로 전면 물갈이 된 통일외교안보팀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른바 ‘송민순 원 톱 체제’라고 부른다. 이전의 ‘이종석 체제’에 빗댄 표현이다.
이종석이 남북관계 전문가라면, 송민순은 30여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일해온 미국 전문가이다. 때문에 둘의 서로 다른 이력만큼 새 팀의 정책 스타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책 판단의 중심이 ‘남북관계’에서 ‘한-미 관계’쪽으로 옮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 유엔 차원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지금까지의 기권 방침을 접고, 사상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진 것을 그 방증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새 통일외교안보팀의 정책 기조와 정책 집행 스타일은 북핵 문제 등에서 새로운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의 호흡 맞추기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28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와 송민순 외교부 장관 내정자는 색깔이 분명하고 자기 목소리가 강한 편”이라며 “새로 임명될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외교안보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조율하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송 외교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해 1월 6자 회담 수석대표로 임명돼 역사적인 ‘9·19공동성명’의 산파 노릇을 했다. 청와대 안보정책실장(2006년 2월)을 거쳐, ‘외교 수장’의 자리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미국 사람들이 ‘커널 송’(송 대령)이라는 별명을 붙였을 정도로, 외교 협상 때 ‘국익’을 앞세우며 좀체 물러서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외교관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한-미 관계를 중시하고, 대체로 친미적인 경향이 있다”며, “시대 변화에 맞춰 국익을 지키려면 강단이 좀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를 두고는 ‘햇볕정책의 강고한 지지자’라는 평이 많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종석이 ‘햇볕 실용주의자’라면, 이재정은 ‘햇볕 근본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 “포용정책과 인도주의에 대한 이 내정자의 확고한 신념은 위기의 시기에 남북관계의 버팀목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핵실험 이후 국제공조라는 현실론이 세를 얻고 있어 자칫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새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에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백종천 세종연구소장의 구실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 소장을 두고 “군 출신 국제정치학자로 국방 쪽과 대미관계에 밝은 편으로, 카리스마는 없지만 화합과 조율에 능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 소장이 기대만큼 조율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참여정부 말기 외교안보팀 운영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통일외교안보팀 인선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김만복 원장-서훈 3차장’으로 이어지는 국가정보원의 대북 라인업이다. 한국 정보기관 사상 45년 만에 첫 내부 발탁 ‘수장’인 김 원장은 참여정부 들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정보관리실장,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및 제1차장 등을 지내며 초고속 승진을 해왔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김 원장만큼 대통령의 철학과 방침을 잘 관철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서열을 뛰어넘어 내부 발탁된 서 차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막후 협상에 참여하는 등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걸쳐 대북정책에 깊이 관여해왔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국정원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장수 새 국방장관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별다른 논란이 일지 않았다. 무난한 인사란 얘기다. 노 대통령이 ‘문민 국방장관’ 카드를 접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새 일을 벌이기보다 국방개혁2020,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등을 착실하게 풀어가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취임은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반발로 국회가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법정시한인 27일까지 청와대에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법정 최장 연장기한인 10일을 적용해 내달 7일까지 기다린 뒤 이 내정자에 대한 임명장 수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국외 순방일정과 겹쳐 실제 임명장 수여는 14일쯤부터 가능하다.
이제훈 이용인 손원제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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