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로 무장한 중국 제4세대 지도부는 6자회담을 시험대로 삼아 북한의 진의를 타진한 뒤 북한을 다시 중국의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한지를 판단, 이에 따라 북한과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도 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해온 중국으로선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초기 핵폐기 이행조치가 어느 선에서 이뤄질지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미국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핵물질 및 핵프로그램의 성실신고, 핵실험장 폐쇄 등 여러 `문항'에 북한이 얼마나 `정답'을 내놓을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에 따라 관련국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 등 상응하는 호혜조치가 이어지겠지만 그동안 계속 대북원조를 제공했던 중국에는 이런 상응조치보다 북한의 태도가 더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전략적 관계에서 중국이 계속 북한체제의 붕괴나 정세급변을 그대로 두고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북한에 대해 한결 냉정해지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중국 외교부가 최근 6자회담을 앞두고 `자제'와 `냉정'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중국은 이번 회담이 별다른 소득없이 무위에 그칠 경우 대내외적으로 6자회담 무용론이 확산되고 중국 군부내에서 대북 강경론이 부상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중동평화 중재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한 중국에겐 18일 개최되는 6자회담이 대북 관계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대국의 자세도 보여주어야 하는 중요한 시험장임에 틀림없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