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0 23:14
수정 : 2006.12.2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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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 회담 본 회의를 하루 앞둔 17일 저녁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부장이 초청한 만찬에 나온 각국 수석 대표들이 손을 모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의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일본의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중국의 우다웨이 외무성 부부장, 북한의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조프 주중러시아 대사.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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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내일까지 연장 ‘실질논의’
BDA 협의 끝내…미국 협상 태도 적극적
애초 21일 오전 폐막하기로 했던 5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를 22일까지 계속하기로 20일 수석대표회의에서 결정했다고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밝혔다. 이와 관련해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오후 △9·19공동성명 이행,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한반도 핵문제 해결, △한반도 비핵화 목표 재천명 등 ‘새로운 공동인식’이 형성됐다며, “6개국 대표단이 한 발 나아가 공동 노력하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방코 델타 아시아’(BDA) 등 금융문제를 다룬 북-미 실무협의는 이날로 일단 끝났으며, 다음달 뉴욕에서 북-미가 다시 만나는 데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쪽 협상 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는 “다음달 뉴욕에서 만날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으며, 협의가 유익하고 실무적이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천 본부장은 이날 오후 “견해차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문제의 본질과 상호 우선순위를 두고 진지한 협의에 들어간 상태”라며 “당장 오늘내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휴회하기보다 며칠 더 해볼 필요가 있다는 데 모든 참가국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회담 대표단의 고위 관계자는 “초기단계 조처에 초점을 맞춰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논의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지, 실질적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천 본부장은 “긴 동면과 북핵 실험, 유엔 안보리 제재 등을 거쳐 회담이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회담 관계자는 회기의 추가 연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밤 회기 연장 이유에 대해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서”라며 “(북한과)양자협의에서 서로 주고받을 것에 대해 집중적이고도 진지한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초기단계 조처(first batch)에 합의하면 좋겠지만, 불투명하다”며 “작업계획(work plan)에 대해서라도 합의하면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는 19일에 이어 이날도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5시간 남짓 진행된 실무회의를 바탕으로, 돈세탁 및 위폐방지 등 금융 관련 협의 메커니즘을 가동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이날 △비디에이 북한 동결계좌의 합법-불법 거래 구분을 위한 협력방안을 비롯해 △합법계좌의 동결 해제 △불법거래에 대한 사법적 처리 문제 △위폐 및 돈세탁 방지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애초 이번 회담에서 초기단계의 이행조처에 대한 합의를 목표로 했으나 기대치를 낮춰 초기단계 이행조처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함으로써, 다음 회담에서의 결실을 위한 토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미국이 과거 회담에서 보여줬던 태도와는 달리 매우 탄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북-미의 거리는 매우 멀어, 이번 회담에서 이를 한꺼번에 좁히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 극적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다음 회담을 이끌어갈 동력을 되도록 높이는 게 현실적 목표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강태호 기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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