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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오른쪽)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지난달 말 뉴욕의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건물에서 에드워드 럭 컬럼비아대 교수와 좌담을 하고 있다. 뉴욕/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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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재구성 1부 : 반기문 체제 출범
[대담] 반총장과 유엔과제 “반기문 사무총장은 회원국들간 또 사무국과 회원국들간 관계에서 유엔을 회복시켜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가지고 있다. 회원국들이 그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가 적임자라는 인식을 하게 됐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에드워드 럭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공공학과(SIPA) 교수는 반기문 총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럭 교수는 국제관계를 연구한 저명한 학자이자 유엔 개혁 자문가, 유엔총회 국장, 미국유엔협회 회장을 역임한 유엔 전문가다. 최영진 유엔주재 한국 대사가 12월 하순 뉴욕 유엔한국대표부에서 럭 교수를 만나 반 총장의 성공전략과 유엔의 과제와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영진(이하 최)=유엔 갈등의 원인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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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럭/컬럼비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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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손으로 입양한 셈 북핵 중재역 위임 바람직
최=한국에서는 반 총장이 뭔가 한국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반 총장과 한국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 것으로 보는가? 럭=반 총장이 한국적 가치를 대표하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한국인들이 계속 느끼길 바란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국제사회에 대여됐다. 세계가 그를 한국만의 자손이 아닌, 세계의 자손으로 입양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은 출신국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이슈들에 많이 관여하지 않는다. 반 사무총장이 북한과의 중재에서 계속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는 것을 알지만, 그 문제는 다른 이들에게 위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최=내년에 반 총장이 직면하게 될 가장 어려운 과제는 뭐라고 보는가? 이라크가 유엔의 과제가 될 수도 있고, 아프리카도 전체적으로 문제인데. 럭=우선 중동의 분쟁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며, 핵무기가 개입할 가능성도 있고, 테러리즘과도 연관돼 있다. 전세계가 의존하고 있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 문제도 있다. 사무총장은 뒤로 물러서서 먼거리에서 상황을 관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상당히 깊숙이 관여해야 한다. 이란 핵도 절박한 과제인데, 반 총장은 북한문제를 다뤘던 경험으로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엔 주변에선 미국이 이라크 문제를 유엔에 떠넘기길 원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최=이라크 문제가 유엔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럭=미국과 다른 국가들은 유엔이 이라크에서 더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나는 이라크 문제 일부를 유엔에 넘기는 것으로 미국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미국인들이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레바논 문제를 본다면 한국은 보병 1개 대대를 파병하기로 했고, 아마도 2007년에 파병하게 될 것이다. 위험 요소와 성공 가능성은? 럭=유엔레바논임시군(UNIFIL)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 현지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고 매우 유동적이며, 당사자들 사이에 평화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 당사자인 헤즈볼라는 국가가 아니어서 상황이 더 어렵다. 어떤 평화유지군에게도 위험한 상황이다. 안보리 결의 1701호는 매우 광범위하고 많은 임무를 담고 있으며 헤즈볼라 무장해제 같은 임무는 직접 맡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이며 정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 평화, 안전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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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유엔주재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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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적으로 생각차이 커 사무총장 개입 여지 적다 최=진정한 유엔 개혁은 안보리 개혁이라는 말도 있다. 반 사무총장이 몇 년 안에 이에 관한 어떤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가 마술처럼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럭=안보리 개혁은 매우 중요하지만, 회원국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매우 심각한 분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총장이 ‘할 수 있는 때가 되면 일이 잘 되도록 촉진시키겠다’고 말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무총장이 모든 이슈들과 씨름하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 최=반 총장이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는데? 럭=무엇보다도 사무총장은 많은 의사소통을 해야 하며, 중재자가 돼야 하고 관리자가 돼야 한다. 과거보다 강력한 관리자가 필요하다. 우선 남의 말을 듣고 모든 견해들을 고려한 다음 결단력 있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람들은 반기문이 그렇게 활동을 해왔다고 말한다. 그의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 정리/박민희, 서수민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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