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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4 19:41 수정 : 2007.01.04 19:47

하루 1만달러 미만 생활 인구 비율

유엔의 재구성 2부 : 유엔의 과제 ② 빈곤과의 싸움

세계 경제는 매년 성장하고, 부자들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저개발국과 빈곤층이 겪는 가난과 굶주림의 비극은 매년 되풀이 되는 ‘단골뉴스’ 또는 ‘지구촌의 고질병’ 취급을 받고 있다. 전세계에서 10억 이상이 하루 1달러(약 930원) 미만으로 삶을 이어간다. 빈곤은 분쟁과 인권 침해, 테러를 양산하는 온상이다.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빈곤과의 싸움’을 유엔이 외면할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2000년, 뉴욕에서 열린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한 전세계 지도자들은 새천년을 맞아 ‘빈곤의 종말’을 위한 밀레니엄개발목표(MDG)를 실천하기로 합의했다. 과거에도 유엔에서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많은 계획들이 되풀이됐으나 지켜진 적은 없었다. 밀레니엄개발목표는 목표와 마감 시한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회원국들이 이행 상황을 측정해 보고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미, 전비 월 50억달러 쓰면서 원조 인색”
밀레니엄개발목표 ‘산파’ 삭스 교수 비판
한국도 공적개발원조 선진국 3분의1 그쳐
“최악상황 아프리카 지원 약속 지켜야”

식량부족 인구 증감

이 밀레니엄개발목표는 2015년까지 빈곤을 2000년의 절반으로 줄이고, 초등교육을 전면 보급하며, 유아와 모성 건강을 향상시키고, 에이즈 등 질병을 퇴치하고, 여성 지위를 향상시키는 등의 8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또 목표가 달성되는지를 정확히 측정하도록 48개의 지표를 설정했다. 빈곤과 보건, 환경, 성평등 사회, 경제적 문제가 서로 얽혀 있다는 인식 아래 빈곤 문제를 다각도에서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 야심찬 프로그램은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보좌관이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교수 등이 주도해 만들었다.

6년이 지난 현재, 희망적인 진전들이 있었다. 2006년 말 유엔이 발표한 ‘밀레니엄개발목표 보고서’를 보면 1990년 전세계에서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살아가는 인구는 12억명 즉 개발도상국 인구의 28%였지만, 2002년에는 19%로 줄었다. 특히 동아시아는 중국 등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극빈층 비중이 91년 33%에서 14.1%로 급감해 빈곤 퇴치의 모범지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서도 극빈층이 19.6%에서 7.3%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 지역에선 빈곤층 비율이 44.6%에서 44%로 제자리 걸음을 했을 뿐 아니라 인구 증가로 인해 빈곤층의 절대 인구는 오히려 1억4천만명이나 늘었다.

전세계 에이즈 바이러스 보유자 수도 2003년 3620만명에서 2005년 3860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세계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환자의 64%가 집중돼 있다. 이 지역에는 전세계 15살 미만 에이즈 환자의 90%가 있고, 에이즈로 부모가 사망한 에이즈 고아 1200만명이 살아간다. 또 10억명 이상이 깨끗한 식수가 부족해 고통을 겪고 있으며, 해마다 2백만명의 어린이들이 식수 오염에 따른 질병 등으로 죽어가고 있고, 이 지역 인구의 대다수가 화장실 등 기본 공중위생 설비조차 갖추지 못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결국 아직까지 밀레니엄개발 목표의 각종 점수는 대부분 ‘낙제점’에 머무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밀레니엄개발목표란?
현재 가장 큰 장애물은 선진국들이 또다시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원된 자원이 해당 국가의 부정부패 등으로 제대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선진국 정부들은 밀레니엄개발 목표 달성을 위해 저개발국가에 제공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국민총소득(GNI)의 0.7%로 늘리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당한 증가에도 여전히 목표치의 절반인 0.33%에 머물렀다. 특히 경제 규모 11위인 한국의 2005년 공적개발원조는 0.096%로 선진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밀레니엄 목표의 산파 구실을 한 제프리 삭스 교수는 2005년에 낸 저서 〈빈곤의 종말〉에서 선진국들의 인색한 지원과 원조를 비판한다. 삭스 교수는 특히 미국의 이라크 전비가 월 50억달러에 이른다며 정당성 없는 공격에 거액을 퍼부으면서 국제 개발을 위한 원조에는 인색한 부시 행정부를 비판했다. 부유한 국가들의 약속 이행과 작은 도움이 저개발국에선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많은 국가들이 이런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다. 삭스 교수는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충분한 모기장과 비료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그렇게만 해도 치명적인 말라리아를 예방하고 식량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빈곤인구 70%가 여성·어린이
교육·취업 기회 줘 악순환 끊게”

마얀자 유엔 MDG 담당 사무차장보

마얀자 유엔 MDG 담당 사무차장보
부자 나라들이 문제다.

지난해 말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만난 레이첼 마얀자 유엔 밀레니엄개발목표 담당 사무차장보는 “유엔 회원국들이 저개발국의 발전을 돕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밀레니엄 개발 목표 달성이 점점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유한 유엔 회원국들이 우선 순위를 저울질하면서 목표를 실현할 의지와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간다 출신의 변호사인 그는 지난 30여년 동안 평화 유지, 여성 지위 향상, 농업·식량 등 유엔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왔다. 그는 특히 자신의 ‘고향 대륙’인 아프리카의 현실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

“왜 아프리카의 굶주림이 계속되는지 아프리카 정부들에 따져야 한다. 아프리카 정부들은 부정부패, 민주주의, 인권 등 많은 면에서 통치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또 그나마 있는 자원도 에이즈에 빼앗기고 있다. 내 고향인 우간다에서도 과거에 한 세대가 에이즈로 절멸하다시피 했고, 여러 국가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모든 문제들이 서로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아프리카 정부들은 힘들지만 이런 문제를 전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 평화는 전세계 빈곤을 해결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평화다. 평화가 없으면 인권이나 개발도 실현될 수 없고, 자원도 낭비돼 버린다. 전세계에서 분쟁이 늘고 있고 분쟁이 멈췄던 곳에서도 재발할 위험이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그는 빈곤 퇴치를 위한 밀레니엄 목표가 여성들의 삶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세계 빈곤인구의 70%가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여성들이 교육과 취업에서 훨씬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특히 에이즈와 질병에도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저개발국에서 여성들은 교육을 받지 못해 에이즈와 관련된 지식이 없고, 빈곤한 여성들은 성매매나 인신매매에 희생돼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도 높다.”

또 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여자 아이들에게 강제적, 비위생적으로 할례를 행하는 관습도 이들을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빈곤의 사슬을 끊기 위해선 여성이 나서야 한다. “빈곤·질병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선 여성들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통해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얀자 사무차장보는 마지막으로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해 주문반 기대반의 말을 했다. ”반 사무총장이 오랜 외교관 경험과 정직하고 자신에게 진실한 태도로 회원국들을 설득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이 유엔을 무시하고 일으킨 이라크전이 유엔을 분열시켰고 이 때문에 빈곤 퇴치와 인권 등 중요한 과제도 마비됐지만, 이제 회원국들이 분열을 멈추고 빈곤을 극복할 개발, 인권, 평화라는 유엔의 기능을 정상화시킬 때다.”

뉴욕/글 박민희, 사진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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