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진 대사
|
모든 분쟁당사자 동의
이라크 파병과는 달라
한국군 파병 앞둔 레바논 주재 박찬진 대사
“레바논의 혼미한 정국은 계속되고 있고, 군사활동에서 100%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한국군이 올여름 파병될 레바논의 상황에 대해 박찬진 주레바논 대사는 신중론을 폈다. 윤장호 하사의 죽음으로 국외 파병 재검토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외교통상부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한국에 온 박 대사는 “지난해 전쟁 이후 정부와 야당 세력 간의 긴장이 여전하며, 레바논 내부의 갈등은 중동 전체의 정세와 복잡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 대사는 구체적 사례를 들면서 레바논 정세를 상세히 설명했다. 헤즈볼라 등 야당 세력은 정책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규모의 각료 자리를 요구하며 12월부터 베이루트 도심 총리관저 앞에서 연좌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고, 경찰과 군도 이에 맞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삼엄한 경비를 해 긴장된 분위기다. 지난 1월 야당 세력은 주요 간선도로를 점거하고 전국 총파업의 날을 선포했으며, 지지자들이 타이어를 태워 연기가 레바논 전역을 뒤덮기도 했다.
박 대사는 한국군의 안전을 위협할 대표적 요소로 우발적 사건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전쟁의 후유증이 극심한 상태에서 헤즈볼라나 이스라엘도 단기간에 재충돌할 가능성은 적고, 레바논인들은 종파에 관계없이 내전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도 “헤즈볼라와 유엔군의 우발적 충돌이나, 중동 전체 정세의 영향 때문에 벌어질 혼란의 위험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알카에다가 유엔군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최근 레바논 국방장관의 발언을 두고선, “현지 당국자들로부터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강한 남부 시아파 지역에서 수니파 중심의 알카에다가 활동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위험 예방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유엔군이나 한국군 파병에 대한 현지 민심은 복잡한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레바논 안정이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로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다만 헤즈볼라 일각에서는 유엔군이 이스라엘을 위해 주둔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고, 78년 이후 유엔군이 계속 주둔했지만 전쟁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사는 레바논 파병이 이라크, 아프간 파병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뒤 “국제사회가 유엔에서 합의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평화를 지키기 위해 파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혼란에 빠진 레바논에 도움을 주기 위해 파병되는 것이며,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 등 모든 당사자들이 유엔군 파병에 동의했다”는 명분을 부각시켰다. 한국군 350여명은 레바논 주재 유엔임시군(UNIFIL·유니필)의 28번째 파병군으로 6~7월께 레바논 남부 도시 티레 외곽에 배치될 예정이다. 박민희 기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