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접촉사실 확인하면서도 내용은 함구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와 관련, 한국시간으로 10일 밤 정부와 탈레반 간에 처음 이뤄진 대면 접촉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탈레반 측과의 대면 접촉이 있었음을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논의 내용, 대면 접촉에 나선 사람의 신원 등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우리 정부측과 탈레반 측간의 첫 대면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피랍자 안전, 직접 접촉의 성과를 위해 더 이상 구체적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어젯밤 최초의 대면접촉은 있었지만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구체적 사실은 밝히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일단 정부 당국은 첫 대면접촉이 탐색전 차원이며, 앞으로도 대면 접촉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탈레반 측이 우리 정부의 권한 밖에 있는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간 맞교환 요구를 고집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요구를 제시하도록 만드는 것을 대면접촉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그러나 첫 만남에서 탈레반 측이 당초 요구한 탈레반 수감자 8명과 같은 수의 인질을 맞교환하자는 요구를 접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또한 탈레반 측이 `맞교환' 요구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틈'을 보였는지 여부도 현재로선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는 첫 대면접촉을 통해 탈레반측과 상호 입장을 확인하고, 인질들의 건강상태 등을 전해들은데 대해 어느정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정부는 앞으로 2차, 3차 접촉을 통해 탈레반 측이 인질 추가살해와 같은 극단적 행동을 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그들의 요구사항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간에 접점을 찾는 시도를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 당국자들은 대면접촉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철저히 함구하겠다는 기조다. 이번 사건이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된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납치단체와 갖는 직접 협상의 민감성을 감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인 것이다. 정부로선 탈레반 측과의 대면접촉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지만 외국의 과거 사례 등으로 미뤄 볼 때 피랍자들의 모국 정부로서 국민들을 살리기 위해 납치단체와 대화하는 그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논의의 내용이다. 납치단체 측에 인질 석방의 반대급부로 우리가 무엇을 제공했거나, 제공을 약속했다는 등의 말이 돌게 되면 사실 여부를 떠나 국가 위신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는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는 그간 `직접 협상'이라는 표현 대신 `대면 접촉'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쓰면서 인질도 무사히 석방시키고, 한국의 국가 위신 손상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암중모색해왔다. 따라서 앞으로 탈레반 측이 석방 교섭 내용을 공개하는 등의 언론 플레이를 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지만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정부는 침묵작전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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