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19 17:24
수정 : 2007.09.19 17:24
상품 개방안 갈등 지속·개별품목 논의못해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전체 상품 양허안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로 제자리 걸음이다.
양측은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EU 측이 "한-미 FTA와 균형을 맞춰달라"는 요구를 계속 하면서 개별품목에 대한 논의는 하지도 못한 채 상품 관세 협상이 종료됐다.
그러나 우리측도 EU에 맞서 상품 양허안을 수정할 경우 양쪽이 모두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인데다 EU측이 디자인 보호기간 등 지적 재산권의 새 이슈들도 강도높게 제기할 전망이어서 대립국면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과 EU는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쉐라톤호텔에서 상품분야의 관세와 비관세장벽, 통관, 무역원활화, 서비스.투자, 통신서비스 등 9개 분야에서 협상을 했으나 상품 양허안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지속되면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EU는 한미 FTA에서 미국 측이 얻었던 수준과의 균형, 이른바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의 관철을 강조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김한수 우리 측 수석대표는 "EU는 공산품 분야에서 미국과의 차별 대우가 해소돼야만 구체적이고 빠른 결론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텐데 아직 차이가 많다는 입장"이라고 말해 양측의 의견대립이 좀처럼 좁혀지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상품 관세 양허 문제에서 진척이 없어 개별 품목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도 못했다. 우리 측은 이날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구체적인 양허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EU는 "(전체 상품양허안이 미진한 상태에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농업분야에서도 EU는 돼지고기와 포도주, 위스키, 낙농품 등 관심 품목을 거론하며 "미국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고 불만을 표시해 구체적인 품목 논의를 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김한수 대표는 19일(현지시간) 협상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EU측이 불만을 표시했으나 우리측만 상품 양허안을 일방적으로 수정할 수는 없다"며 "상품 양허 협상은 끝났고 협상 뒤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약품 분야가 집중 논의대상에 오른 비관세 장벽분야에서도 약가 결정방식 등에 대해 한미 FTA에서 합의된 수준의 문안을 마련한다는 데는 합의했으나 문안 표현문제를 비롯해 EU 측이 미국과 합의된 내용 외에 추가 요구사항을 내놓는 바람에 쟁점 해소에 실패했다.
이밖에 국가보조금의 구체적 범위와 적용 대상 문제, 분쟁해결절차를 세계무역기구(WTO)와 FTA 중 어느 쪽을 따를 것인지 등의 문제서도 양측은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다만 전문직 상호자격 인정에 대한 우리 측 요구에 대해 EU 측이 이를 검토할 메커니즘을 구축한다는 데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지속 가능발전 분야에서는 양측이 논의대상을 노동, 환경에 국한하고 이를 무역보복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
김 대표는 "양측의 의견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협상의 초반에 의견차를 보인 것은 전체 타결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남은 협상 기간 의견조율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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