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상 개시시점과 수준은 관련국 협의해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31일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과 관련, "먼저 실무선에서 시작하고 협상하다 보면 가파른 단계로 가서 정치적 추동력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 단계에서 대화의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는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이날 중앙청사 별관에서 한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6자회담에서 하는게 아니고 9.19 공동성명의 규정대로 '직접 관련된 당사자들 사이의 별도의 포럼'에서 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이런 구상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얘기할 때부터 논의해왔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은 평화협상 개시를 위한 4자회담의 수준에 대해 "어느 선에서 할 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언제 할 지를 먼저 결정하고 나서 좀 더 논의를 해봐야 된다"면서 "(정상회담을 위해서라면) 장관도 실무급"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6자회담 수석대표급이나 장관급에서 '4자(남북한과 미국, 중국) 포럼'을 개최,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개시를 선언한 뒤 평화체제와 관련된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하면서 그 과정에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경우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김만복 국정원장은 국정브리핑에 실은 특별기고문에서 "종전선언은 당사자들의 의지와 상황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종전선언은 "신뢰구축이 더 필요한 당사자 간에는 본격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앞서 선행적 신뢰구축 도구로 상당히 유용하다"고 밝혀 평화체제 구축에 앞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볼 때 미.북 및 남북 간 불신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고 남북 간 평화관리체제 구축 등 쉽지 않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선행조치로서의 종전선언 추진의 당위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장관은 북핵 협상의 전반적 진전과 관련, "이 문제는 새로운 정부나 정치적 변화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9.19 공동성명에 합의한 것은 국가적으로 공통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며 (정치적 요인을) 최대한 배제하고 실제로 배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는 연말 불능화 완료 이후의 단계에 대해 "2단계 불능화가 될 수도, 또는 더 큰 단계의 핵폐기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어제 끝난 판문점 북핵 경제.에너지 지원 실무그룹회의에서 매월 중유 5만t을 지원하고 중유 50만t에 달하는 에너지 설비.자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10.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다"면서 "내일 미국의 비핵화 팀이 방북해서 5㎿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핵연료공장 등 3대 핵시설에서 약 10개 정도의 불능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년내 적절 시점에 6자회담이 (다시) 개최되기 전에 관련국 사이의 비공식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비핵화 문제와 평화체제 수립, 동북아 다자안보대화 등 현안에 대한 협의의 일환으로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는 한편 미 의회와 하계 인사들과 두루 접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이 밖에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있었던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의 후속으로 내년중 3국 외교장관회담을 일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 일본에 표명할 정부의 입장에 대해 "과거에 그런 불행한 일이 있었던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임을 밝혔다. 이우탁 기자 lw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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