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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후 전쟁희생자 추모비를 찾아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베를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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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재독동포 간담 북쪽에 얼굴 붉힐 때는 붉혀야
우리와 대화의 문 막으니 난감
마음 급하지만 1층부터 차근히 “남북 관계에서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저녁(한국시각 11일 새벽) 연 동포간담회에서 모처럼 북한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한 참석자가 ‘우리 힘으로 평화협정이 어렵다면 평화선언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건의하자, “남북 간에 뜻을 맞춰야 한다”며 남북 관계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 그는 “1991년 남북 간에 평화공존과 교류에 관한 기본협정을 맺었는데, (북한은) 해놓고 나서 안 지켜졌다”고 말한 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대해서도 “(핵확산금지조약은) 북한까지도 일시 가입했던 체제인 만큼 핵무기 질서 체제는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남북 간에도 비핵화에 합의했으면 대외적으로 북한이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남북 간 합의를 지켜야 한다”며 “(그런데도 북한이) 전적으로 (합의를) 무시해버리고, 미국의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은 전혀 무시하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핵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대해 “정치적 무기이거나, 6자회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전략적 주장으로 접어두고, 남북 교류는 계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한국 정부를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참아내고 있다”며 “6자회담을 통해 한꺼번에 해결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남북 간의 비핵화 합의를 지키지 않느냐고 딴죽을 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을 건축에 비유해 “마음이야 급하지만 원칙 없이 하면 어느 때인가는 무너지기 때문에, 집 짓듯이 기초부터 튼튼히 하면서 1층을 짓고 그 위에 2, 3층을 지어야지, 한꺼번에 7, 8층을 올릴 수는 없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11일 오전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좀 있었으나, 한국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냉정하게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대통령궁에서 쾰러 대통령과 만나, 그동안 일본에 대해 과거를 묻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잘 정립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설명한 뒤, 이렇게 밝혔다고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남북관계에 한국 정부가 많이 양보하는 경우가 있으나, 국민들이 이를 비판하지 않고 있다”며 “그 이유는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국민들 사이에 신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쾰러 대통령은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 연수생 초청 등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 노력을 촉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베를린/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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