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25 20:32
수정 : 2008.01.2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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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맨 왼쪽)이 24일(현지시각) 오후 뉴욕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에번스 리버 회장(맨 오른쪽) 등과 얘기하고 있다. 뉴욕/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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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한-미동맹 강화 기대감 정몽준 면담 대우
중 ‘한-미-일 3각협력 강화’에 경계심 드러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중국·일본·러시아를 상대로 한 ‘특사 외교’가 25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당선인은 특사들 손에 친서를 들려보내 4강 모두에 양국관계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4강은 입을 모아 이 당선인의 조기 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이 당선인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정부 초기와 마찬가지로 미국→일본→중국→러시아 순으로 ‘4강 정상외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탓인지 4강 모두 새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특히 이 당선인의 양자 관계에 대한 구상 및 대북정책 방향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온도 차는 있었다. 미국과 일본이 이명박 정부에 적극적 몸짓을 보인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탐색의 성격이 짙었다.
가장 적극적 반응을 보인 곳은 일본이다. 아베 신조 전 정부 시절 헝클어진 동북아 외교 복원을 위해 한국의 이명박 정부 출범을 활용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특사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방일에 앞서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특사로 서울로 보내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독도 영유권,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단된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를 복원키로 한 것은 구체적 성과로 꼽힌다. 후쿠다 총리는 2월25일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특사인 정몽준 의원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만나주는 등 외교의전에서 대우를 했다. 한-미 동맹 강화를 거듭 천명해온 이명박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자,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끊고 맺는 모습도 보여줬다. 정몽준 특사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면담이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성사됐다. 정 특사 역시 전시작전권 반환 재협상 문제는 진전이 없었음을 인정했다.
중국 역시 외형적으로는 적극적 모습이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특사를 직접 만나 이 당선인의 방중을 공식요청하는 등 특사단을 후하게 대접했다. 하지만 중국 쪽은, 왕이 외교부 부부장이 후 주석 특사 자격으로 서울에서 이 당선인을 예방했을 때뿐 아니라 박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당선인의 양국관계 구상과 대북정책 방향을 집요하게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 쪽이 한-미동맹 및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거듭 천명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경계심리’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당선인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이 특사로 방문한 러시아에서는 초점이 ‘자원외교’에 집중됐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급이 아니면 만나주지 않는 러시아식 의전’을 이유로 면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과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특사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동부 시베리아 일대를 21세기 평화와 경제가 함께 번영하는 지역으로 발전시키자는 이 당선인의 구상에 러시아 정부도 공감을 표시했다”며 “러시아 쪽에서 (극동 개발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양국 대통령이 공동위원장을 맡자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블라디보스토크/성연철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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