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1 21:06
수정 : 2008.03.11 22:38
|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업무보고를 받기에 앞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외교부 업무보고 50분간 ‘에너지’ 토론…북핵은 말도 못꺼내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는 11일 올해 외교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핵 문제와 자원·에너지 외교 등 두 현안을 집중 토론하기로 사전에 조율했으나, 정작 북핵은 집중 토론에서 빠졌다. 1시간40분 가운데 참석자 소개, 대통령 머리발언, 업무보고를 뺀 50여분을 자원·에너지 외교 토론에 써버렸다.
북핵 문제가 자원·에너지 외교에 밀린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가 어디를 향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간 부족”으로 북핵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경제 살리기 외교=심윤조 외교부 차관보가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대로 “외교부 업무보고의 핵심”이었다. 외교부는 △성과지향적 에너지·자원 외교 △성장동력 창출형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구체 방향으로 제시했다. 정상 외교와 총리 순방으로 에너지협력 벨트를 구축하고, 에너지·자원 거점 공관에 인력을 우선 충원하는 방안이 보고됐다. 또 한-중, 한-일 협상 여건을 조성하는 등 ‘거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6개국이 속한 걸프협력회의(GCC)와 협상을 개시하는 한편 인도와는 협상 타결을 추진하는 등, ‘자원부국·신흥경제권으로 자유무역협정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정부개발원조(ODA) 확대 및 문화외교 강화 방침을 밝혔다. 이 또한 ‘경제살리기 외교의 지원병’으로 활용할 뜻을 숨기지 않았다.
■ 안보를 튼튼히 하는 외교=올해 제1외교 목표로 제시된 내용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국정과제의 첫손가락에 꼽은 노무현 정부 때와 확연히 달라진 ‘외교적 수사’다. 구체적 방향으로 ‘한-미 관계 복원과 미래동맹 정립’을 맨 앞에 놓았다.
또 ‘동아시아 전략적 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한·미·일 3자 협의 가동’ 방침을 제시했다. 심 차관보는 “이미 3국간 협의가 시작됐고,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를 넘어 범세계적 문제도 다룬다는 데 3국간 공감이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한·미·일 3각동맹’ 구축을 염두에 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선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6자 회담 틀과 상충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미·일 협의체는 2003년 6자 회담 출범 등과 맞물려 중단된 바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불능화 및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의 우선 이행 확보 △핵 폐기 과정의 실질적 진전 때 ‘비핵·개방·3000 구상’ 이행 준비 착수 방침을 밝혔다. 새 정부의 ‘핵 폐기 먼저’ 방침과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북한 인권에 대해 “대북 전략 측면이 아니라 인류의 인간적·보편적 행복의 기준을 갖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