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국방, 1월 정몽준의원에 "훈련요원 파견" 요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의 치안 유지를 위해 현지 군인과 경찰에 대한 훈련요원을 파견해달라는 미국 측의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한 정몽준 의원에게 훈련요원 파견을 요청했다"면서 "미국이 새 정부 인사에게 이 같은 의사를 전달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현지 군.경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경찰은 물론 군대를 파견해야 해 사실상 아프간 재파병이 될 수 있어 고민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아프간에 파병했던 건설지원단 다산부대와 의료지원단 동의부대를 작년 12월 모두 철수시켰다.
일반에는 아프간 인질사태로 인해 철군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 부대의 임무연장을 고려해 그 이전에 이미 철수 계획은 서 있었다.
정부는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재 입장을 정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구성되는 국회의 성향이 파병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제수준에 걸맞게 세계적인 이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는 게 새 정부의 방침임을 감안하면 재파병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철군한 지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군대를 파병했다가는 적잖은 반대 여론에 부딪힐 수 있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정부 소식통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재파병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 과거와 같은 건설.의료병이 아닌 전투병을 파병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아프간의 불안한 치안상황을 고려하면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찰도 파견하기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소식통은 "경찰이 해외에서 작전을 해 본 경험이 전무하다"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겠다는 원칙과 함께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 국내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프간 재파병 여부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파장이 적지 않은 사안인 만큼 한미 정상회담에서 당장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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