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불행히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분명 한국사 4천300년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졌고 한 때는 광할한 만주 대륙을 발아래 두고 호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제에서 해방된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로마제국을 꿈꾸는 반도국가가 아니라 사실상 섬나라로서 자리해왔다. 헌법은 제 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우리의 국토를 명시하고 있지만 건국 이후 휴전선 이북의 한반도에 대해서 우리가 영토주권을 행사한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쟁패하던 삼국시대나 발해와 신라의 남북국 시대나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나 조선 시대에도 대륙을 향한 육로는 항상 열려 있었다. 이것은 일제에게 우리의 주권을 빼앗긴 강점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장구한 기간동안 대륙으로 향하는 길이 단 한번도 봉쇄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우리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해방과 함께 삼면이 바다이며 북쪽에는 거대한 절벽으로 가로 막힌 섬나라 아닌 섬나라가 되고 말았다. 만주를 통해 중국과 시베리아로 연결되던 철길과 육로는 물론 바다와 하늘길도 막히고 말았다.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당시부터 섬나라였던 것이다. 실용주의도 원칙주의도 아닌 '0점짜리 외교' 평화통일이 조국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는 사실에 대해 일찍이 남과 북 모두가 공감한 바 있고, 평화통일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서로를 용납하고 공존하면서 교류를 강화하며 오랜 기간 고착된 이질화를 극복하여 상호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는 것 또한 누구나 알고 있다. 반세기 동안 지뢰나 화기로 무장되었던 비무장 지대로 소때가 지나가고, 꿈에나 가 볼줄 알았던 금강산을 꿈을 꾸지 않고도 갈수 있게 된 것은 우리 정부가 화해와 포용 정책을 인내와 일관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펼쳐왔기 때문이었고, 남한의 대통령과 북한의 최고 통치자가 만나서 평화 통일의 원칙에 대해 합의하고 그 정신에 의거해 교류 협력을 강화하여, 지난 50년간 끊겨 있었던 남북의 철길이 이어지는 감격을 느끼며 시베리아 횡단 철길을 꿈꾼 때가 불과 1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단지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로 다시 우리는 섬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일관되게 대화를 통한 해결 기조를 견지하여. 6자 회담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조율자의 역할을 했던 우리 정부의 노력은 새 외교장관이 부시 정권의 상투적 발언인 "우리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면서 스스로 조정자의 역할을 포기했을 뿐 아니라 안보 주권을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에게 조준되지도 않은 북한 핵을 "만약 북이 핵으로 우리를 공격해 온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같지도 않은 질문에 군의 최고 작전 책임자인 합참의장이 "선제 정밀 타격하겠다."고 답변해 북의 극렬한 반발과 [한반도 잿더미로 만들겠다.]발언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어렵사리 이룬 남북 정상합의까지 백지로 돌린 대통령의 발언과 철부지 각료들의 무분별안 대북 자극으로 야기된 긴장상태를 한 정부 관계자는 [새남북 관계 정립을 위한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대치상황)]라고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북측이 미국에 핵관련 기록을 모두 넘기고, 미국이 북측에 대규모 식량지원 방침을 밝히는 등 북미관계가 급진전하자, 대통령은 북한의 요청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북이 받아줄지도 모르는 '식량지원 방침'을 언급하는 등 끈 떨어진 연처럼 정부의 대북 정책 또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경색된 한일 외교를 정상화하겠다."며 마치 이제까지 한일관계의 경색이 우리 정부의 잘못된 대응에 있었던 것처럼 상황을 호도시킨 대통령의 발언은 대일 저자세 외교로 이어졌지만, 일본은 [교과서에 독도 자국영토표기]라는 우정으로 화답해왔다. '자칭 90점'이라던 미일 순방외교가 사실은 '0점 짜리 엉터리 외교'였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이쯤되면 대통령은 미.일 외교와 대북 외교의 실패를 인정하고, 모든 외교지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지만 불행히도 그럴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여론 악화로 폐지한 것을 알려졌던 ['운하 국책기획단'이 총선 직후 비밀리에 운영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여론이 악화되면 잠시 고개를 숙이는 척 하다가도 여론이 환기되면 슬그머니 머리를 치켜드는' 이명박식 마인드는 나라는 물론이고 MB 자신을 불행의 늪으로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깨닳았으면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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