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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8 20:06 수정 : 2008.05.29 01:39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저녁 베이징 조어대(댜오위타이)에서 원자바오 총리를 면담한 뒤 만찬장인 양원재 간판을 가리키며 환담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중 외교부, 정상회담 직전 이례적 강경 발언
공동성명엔 ‘비핵·개방·3000’ 언급조차 안해
PSI 등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견제 ‘포석’

‘한-미 동맹은 냉전 산물’ 파장

중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동맹 강화 및 ‘비핵·개방·3000’ 구상에 강력한 견제구를 던졌다.

이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날, 중국 외교부는 한-미 동맹을 ‘냉전시대의 군사동맹’에 빗댔다. 공개된 외교무대에선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중국으로선 이례적 ‘강수’다. 28일 발표된 ‘한-중 공동성명’엔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구상에 대한 외교적 수사조차 없다. 양국 외교 현안의 핵심 현안에서 이견이 있음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명박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가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한-미 군사동맹은 ‘역사적으로 남겨진 산물’(歷史遺留的産物)”이라며 “냉전시기의 이른바 군사동맹으로는 지금 세계가 직면한 안보 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미 동맹 강화라는 이 대통령의 최우선 외교 전략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파문이 일자 28일 “한국을 무시하거나 한-미 동맹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외교안보 분야 전직 고위 관리는 “중국 쪽이 단순한 불만이 아닌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도 “한국이 뺨을 제대로 맞은 셈”이라며 “중국 쪽의 태도는 섭섭함과 경고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강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동북아 역내 평화는 군사동맹이 아닌 다자안보체제 확립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중국의 의중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최우선 외교 전략으로 강조해 온 이명박 정부에 대한 우려의 표현과 견제 조처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6일 부임한 신정승 주중 한국대사의 신임장도 이 대통령이 방중한 당일에야 제정받아 논란을 낳았다. 이 때문에 신 대사는 대통령 공식방문 때 공항 영접도 나가지 못했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중국에서는 신임장 제정이 두 달에 한 번씩 있어 외교적 결례는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중국 쪽의 ‘고의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 강화 움직임에 거듭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직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미사일방어(MD)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여부 등에 대해 한국 정부의 공식 뜻을 비공개 외교 경로로 물어왔다. 한-미-일 ‘남방 3각 협력’이 중국을 포위하는 군사동맹으로 발전하는 냉전적 상황의 재현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외교적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26일 ‘이명박의 평형외교’라는 평론에서 “훌륭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대통령이 냉전사고로 가득 찬 사람들과 짜고 우리 중국과 소원해지거나 중국을 견제하려는 그런 음모를 꾸미는 일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라고 ‘응원’한 것도 그런 우려를 반영한다. 중국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이 대통령은 미국·일본과는 전통적 관계를, 중국과는 경제적 유대를, 러시아와는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4강 외교의 틀을 짜고 있다”며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그의 생각대로 판이 짜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도 사실상 동의하지 않았다. 28일 오후 발표된 ‘공동성명’엔 “한국 쪽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진전시키고 남북한간 경제·사회 등 제반 분야의 교류와 협력의 폭을 확대하고자 하는 견해를 표명하였다”고 적혀 있다. 이 문구는 ‘선핵폐기론’에 가까운 이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 구상’보다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일반적 화해협력 정책의 묘사에 가깝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동성명이란 양국이 합의할 수 있는 내용만 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중국 쪽의 견제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훈 기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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