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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와 미국 쇠고기 수입 중단 요청 문제를 논의하려고 함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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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임기 동안 그의 언행이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고문관 행세를 했다고 한다면, 이명박정권 출범 이후 그는 마치 식민지에 파견나온 총독을 연상케하는 언행을 해왔다. 지난달 22일 제 1야당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무려 두차례나 전화를 걸어 "30개월 이상된 소고기 수입 반대 발언에 실망했다"라며 비난한 것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라 할 만 하지만, 그는 야당의 반발이나 일부 언론의 강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개의치 않았고, 우리 정부 또한 미 대사의 무례한 언행에 대해서 입장조차 표명하지 않았었다. 정부의 무골 외교에 기가 살은 탓일까?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더 나갔다. 이번에는 작심한 듯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한국 국민을 상대로 "한국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사실관계 및 과학에 대해 좀더 배우기를 희망한다"며 국민을 직접 훈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발언은 무례하며 오만불손하기도 하지만 외교적으로도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쇠고기수입 전면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는 목적도 분명하며 시위 대상도 미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 정부이며 한국 대통령이다. 한국민이 한국 정부가 잘못 협상한 것을 고치라는 주장인 것이며, 이 문제는 협상 당사국이 미국이 아닌 제 3국이라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에 항의하는 시민사회의 정치 참여과정이며, 이 과정에 미국 대사가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는 것 이기에 그의 한국민에 대한 주제 넘는 훈계는 한국 사회의 자주권과 자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버시바우의 부적절한 언행이 단지 말 실수가 아닌 주권침해라는 외교적 사건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그럴 의지도 철학도 능력도 없는 정부를 대표로 섬기고 있다. 며칠 전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중국쪽이 한-미 동맹을 두고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고 비하한 발언에 대해 "주의를 요청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린 정부가, 훨씬 어려운 상대인 미국에게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혹시라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고 머리를 조아리고 읍소하겠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니 이 또한 기대할 게 없다. 엄연한 주권국가의 대통령이 무개념 외교로 희희낙락하고 돌아와서는 "90점짜리 외교했다"며 자랑하는 나라이고 보면, 오만한 미국 대사의 눈에 그런 나라의 하찮은 국민 쯤이야 눈에 차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녕 버시바우는 국민의 건강주권을 지키기 위한 촛불 행렬이 '양키 고홈'을 외치는 반미 시위로 번지기를 바라는 것일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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