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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4 11:22 수정 : 2008.06.14 11:22

저녁 식사없이 2시간반 협상 진행

주말을 앞두고 미국 시민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하던 13일 오후 5시45분께 워싱턴 D.C. 중심가에 검은색 세단과 승합차가 미무역대표부(USTR) 건물에 들어섰다.

커다란 몸집의 미국 경호원 4-5명이 한국, 미국, 일본인 기자들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는 저편으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박덕배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등 한국 쇠고기 협상 대표단 일행이 빠른 걸음으로 USTR 건물로 들어갔다.

"한 말씀 해주세요"라는 취재진들의 요구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김 본부장은 회담장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 협상단 일행의 표정은 비장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굳어있었다.

이렇게 2시간30분에 걸친 한미간의 협상은 시작됐다. 아무런 정보도 제공되지 않은 채 철저한 베일 속에 협상은 진행됐다.

USTR측은 이번 협상을 포함해 최근 한국에서 온 한나라당 의원방미단에 이르기까지 취재진들의 옥내촬영을 계속 금지하고 있다.

오랫동안 대기하던 기자들을 위해 숀 스파이서 USTR 대변인이 `화장실 제공' 서비스를 해주면서 몇 마디 던져준 게 고작이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저녁 식사도 먹지 않고 계속해서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번 협상은 중요하기 때문에 두어 차례 더 만남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 마침 박덕배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이 협상장에서 잠시 나왔다.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고, "지금 어떻게 되어 갑니까"라는 질문에도 전혀 응대하지 않았다.


마침내 이날 오후 8시30분께 김종훈 본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들 앞에서 잠시 서서 "실효적 조치가 되도록 협의를 하고 있다",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고 시간은 USTR에서 통보하기로 했다"는 짤막한 대답만 남기고 황급히 승용차에 올랐다.

김 본부장은 불과 몇 시간전 덜레스 공항에 내려 회담장으로 직행, 2시간반 정도 협상을 벌이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USTR 건물에서 진을 치고 있던 일본 언론인들은 이번 협상결과가 미일 쇠고기 수출에 미칠 영향을 궁금해 했다. 일본은 현재 2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빗장을 걸어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어떤 협상결과를 따내느냐에 관심이 많았다.

USTR 건물을 지나가던 미국 시민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기자들이 많느냐"며 궁금증을 표시했고, 우연히 취재광경을 지켜본 한국 관광객은 "잘 될까요"라며 협상 추이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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