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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6 19:04 수정 : 2008.06.17 01:14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귀국 취소까지 5시간

‘쇠고기 추가협상’ 오락가락
주한미대사관 통해 국무부 전달, 김종훈 주저앉혀
자율규제 방식·기간 등 난항 첩첩…협상내용 함구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추가협상’ 외교에서도 전례없는 혼선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오전(현지시각)에 하기로 한 양국 통상장관 회담을 포기하고 15일 저녁 뉴욕을 경유해 귀국길에 올랐다가 16일 오전 다시 워싱턴 협상장으로 돌아가는 촌극을 벌였다. 김종훈 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3∼14일 이틀 동안 워싱턴에서 추가 협상을 했지만, 만족할 만한 해법에 이르지 못해, 외교채널을 통해 계속 협의하기로 하고 협상을 중단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귀국 비행기를 타려고 뉴욕으로 가는 도중에 협상 연장이 전격 결정돼 그 배경과 전망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 미국이 협상 연장 요청했나? 정부는 통상장관 간 협상 중단을 공식 발표한 지 2시간여 만에 다시 협상 재개를 발표한 것은 미국 쪽이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슈워브 대표와 김 본부장 간에 직접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 수락했다”며 “미국이 계속 협의를 하자고 요청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었는지는 내일 협의를 해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쪽이 김 본부장에게 돌아오라고 요청한 것은 사실로 보이나, 그 요청이 전적으로 미국 쪽의 필요에 따른 것인지는 의문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서울과 워싱턴의 외교채널, 즉 주한 미국대사관과 국무부를 통해 미국 쪽이 협상을 더 하자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즉 협상 파트너인 미국 무역대표부가 아니라 국무부가 김 본부장을 주저앉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에 뉴스를 보고 김 본부장이 돌아오는 것을 알고 외교부 장관에게 연락해 완결 짓고 오라고 말했다”며 “마침 미국 쪽에서도 전향적 의사가 있었던 같았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이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당·정·청이 나선 정황을 설명한 것이다. 청와대가 외교부 발표에 앞서 김 본부장의 협상 복귀를 미리 밝힌 것도 윗선의 주문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국무부에 전달돼, 김 본부장을 주저앉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파장을 우려하는 국무부 쪽의 판단도 작용했으나, 결국 김 본부장의 협상 복귀는 한국 쪽의 요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쪽은 ‘간다고 큰소리쳤다가 다시 돌아가 협상하자고 읍소한 꼴이 됐다’는 지적도 받게 됐다.

■ 첩첩난제 향후 협상 양쪽은 13일과 14일의 협상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교역 금지를 위한 민간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명쾌한 방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양쪽은 미국 정부의 부담을 덜면서도 실질적으로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가동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민간 육류수출업계가 스스로 자신들이 마련한 ‘30개월 미만’ 조건의 한국 수출증명 프로그램을 미국 정부에 제출하고, 미국 정부는 실제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방식 등의 대안 등이 거론됐지만 명확한 결론은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이를 보장한다 해도 이 자율규제를 양국이 언제까지 운영할지도 쟁점 사항이다. 우리로서는 최소한 1년은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이나, 미국 쪽이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추가 협상 연장으로 급선회한 만큼 좀더 진전된 양보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지지부진했던 협상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전화통화 뒤, 당·정·청은 방미단을 꾸려 미국 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과 회담을 시도했으나 책임 있는 당국자하고는 면담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통상협상 총책임자 사이의 직접 담판이 필요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나섰다. 김 본부장은 두 번째 회담 뒤에도 일체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 “15일 하루 동안 서로 내부 협의를 거친 뒤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16일 세 번째 회담을 위한 조율이 여의치 않자 김 본부장은 15일 오후 “3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 수입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다소 더 필요하다”며 “향후 외교채널을 통하여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짧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수헌 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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