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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제작한 ‘미국산 미친 소’가 놓여 있는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16일 오후 이곳을 지나던 외국인들이 조형물을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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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국방 청와대 예방안해 이례적
‘부시와 통화 내용 오도’ 불만 표출도
동맹관계 복원 커녕 되레 악화 우려
‘한-미 동맹 복원’을 최우선 외교목표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한-미 동맹을 가장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서 이명박 정부의 잇따른 헛발질로 한국 안의 대미여론이 악화하자, 이명박 정부에 대한 워싱턴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지난 3일 월터 샤프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이 대통령을 예방하지 않고 그 다음날 출국했다.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해 청와대를 예방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미 동맹의 핵심인 안보분야 책임자인 미국 국방장관이 그냥 출국했다는 것은 한-미 관계의 이상기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안보 전문가들은 말한다.
쇠고기 파문으로, 다음달 7~9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 정상회담을 전후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국 답방 계획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촛불시위가 고조되는 때를 피해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한 시기로 순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티베트 문제 등으로 부시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참관이 유동적이어서, 실제 그의 답방이 성사될지조차 불투명하게 됐다.
워싱턴 쪽은 청와대가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전화통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마치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입 금지에 합의한 것처럼 말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는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쇠고기 수출업자들이 쇠고기 교역에서 한국 수입업자들과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에 도달하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미국 쪽이 앞으로 협의해야 할 사항을 마치 합의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해 부담을 미국 쪽에 떠넘겼다고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미국 쪽의 이런 불쾌감으로 당시 워싱턴을 방문 중인 쇠고기 협상 정부 대표단이 그 다음날 예정됐던 무역대표부 쪽과 협상 일정도 잡지 못했다”며 “부시 행정부가 10년 만에 복귀한 한국 보수정권에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이런 외교적 미숙 등을 보면서 수준 이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은 지난 10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와서 쇠고기 문제를 진전시켰다”며 “그가 최대치로 정치적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며,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엔 미국 쪽도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으나, 이 대통령의 ‘오버’ 때문에 미국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불평이 담겨 있다. 현재 워싱턴 쪽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한국내 시위가 잦아들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될 수 있을지, 또다시 다른 요구사항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터 벡 전 북한인권위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캠프데이비드 회담을 하게 된 데 대해 우쭐한 기분에서 쇠고기 문제를 양보했다”며 “이는 국내적 문제를 무시하고 민심을 잡지 못하면 어떤 정상회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제관계센터(IRC)의 존 페퍼 국장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은 두 보수적인 대통령의 예고됐던 만남이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대북정책에서 잘못된 타이밍에 이뤄진 것”이라며 “불도저 별명의 이명박 대통령은 ‘서투르게 다뤄 사고 치는 불도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한-미 관계를 잘해 보자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엄청나게 악화하고 있다. 우선 국내 상황이 안정돼야 뭐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이 상태에서 한-미 간에 뭘 하자고 할 수 있겠나”라며 한숨지었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의 7월 방한 일정이 유동적이라는 사실 자체가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새 정부 들어 한-미 관계 복원을 강조했지만, 실제로 강화된 건 없고 더욱 악화했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제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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