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7 21:04
수정 : 2008.07.1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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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철현 주일대사가 17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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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일 강경기조…납치 등 협조 변화 비쳐
일본의 독도 영토주권 훼손 기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더욱 강경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일단 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 수위가 전보다 높아졌다.
지난 15일 ‘소환 조처’된 권철현 주일대사는 17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으로)귀임은 (일본의 시정 조처 등)조건이 붙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귀임 날짜는 아직 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쪽은 우리가 쇼를 한다고 보는 모양이더라”라며 “권 대사가 쉽게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사의 한국 체류라는 ‘외교적 시위’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애초 권 대사의 한국 체류 기간을 1주일에서 열흘 정도로 상정하고 있었다.
정부는 일본의 ‘약한 고리’를 노리는 외교적 반격 방안도 거론한다. 권 대사는 “6자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일본인)납치문제 등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 일본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협력해 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한 뒤, “그런 것에 대해 국내여론이 악화되거나 국내 정치권에서 협력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몰아칠 때엔 반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협조적 태도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는 엄포다.
셔틀외교 등 정상회담 일정 재검토 가능성도 있는 듯하다. 이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8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계기, 9월 중순 한·중·일 3국 정상회담, 10월 후쿠다 총리의 답례 방한 (셔틀 정상외교) 등의 일정을 잡아두고 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동적”이라며 여지를 뒀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셔틀외교 중단을) 검토한 바 없다”는 14일 외교부 당국자 발언과 분위기가 다르다. 정부는 22~24일 싱가포르 아세안안보포럼(ARF) 계기에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열자는 일본 쪽 제안은 이미 거절했다.
그러나 현실적 해법과 관련해선 전혀 다른 기류도 감지된다. 권 대사는 “(일본이 해야 할)가장 정확한 시정조처는 해설서에 명기된 내용을 취소하는 것”이라면서도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있는 것(‘다케시마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열 가지 포인트’)을 삭제한다든지, 내년 5월이 시한인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이나 해설서에 독도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 않겠다고 한다든지 확실한 뭔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독도 관련 표현의 삭제가 아닌 일본 쪽의 다른 ‘성의 표시’도 시정 조처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론의 격한 반발 등 논란이 예상된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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