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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8 08:20 수정 : 2008.07.28 08:20

대표단 “‘10·4선언 입각한’협의 없어…삭제를”
북한 ‘그렇다면 금강산도 빼달라’ 요구 나서
청와대 원격지휘하며 ‘뒷북 결정’ 가능성

아세안지역포럼(ARF) 의장성명 파동의 전말과 의사결정의 책임 소재에 관심이 집중된다. 외교적 실책의 재발 방지 차원에서도 전개 과정의 재점검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북한도 함께 움직였기 때문인가? 이용준 외교차관보는 27일 논란이 일자 전말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 차관보의 말을 종합하면, 싱가포르는 회의 전날인 23일 참가국의 의견을 물어 의장성명 초안을 만들어 회람시켰다. 이 초안에는 “장관들은 남북 정상회담과 10·4 선언을 환영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으나 금강산 사건 언급은 없었다.

대표단은 다음날 회의 뒤 싱가포르에 10·4 선언과 관련해 ‘환영했다’는 표현을 수정하고 금강산 사건을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날 발표된 의장성명에 금강산 사건이 실리고 ‘환영했다’는 ‘주시했다’로 바뀌었다. 그러나 ‘(장관들은) 10·4 선언에 입각한 남북 대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강력 지지했다’는 구절이 한국과 협의 없이 추가돼 있었다고 이 차관보가 밝혔다.

이에 현지 대표단은 “10·4 선언에 입각한”이란 문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이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25일 오전 싱가포르 외무차관을 만나 추가 협의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의장성명 발표 뒤 북쪽 대표단도 ‘금강산 사건’ 관련 표현에 대해 싱가포르 쪽에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26일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북쪽이 금강산 사건 관련 대목을 문제 삼았다 하더라도 두 문구의 동시 삭제가 한국 정부의 선택의 결과라는 분석을 뒤집지는 못한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5일 기자들이 “한국이 10·4 선언 대목을 빼자고 요청하지 않았다면 애초의 문안대로 갔을 것 아니냐”고 묻자 “그건 그렇다”고 답했다. 이 차관보는 싱가포르 쪽이 ‘둘 다 살리거나 둘 다 삭제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역제안을 하자, 본국 훈령을 받아 둘 다 삭제했다.

■ 삭제요청 의사결정 주체는? 그렇다면 ‘10·4 선언에 입각한’이라는 표현 삭제 요청 방침은 우리 정부에서 누가 어떻게 결정한 것일까? 싱가포르 현지 대표단의 핵심 관계자는 25일 저녁 의장성명 수정본 발표 사실을 전하며 “청와대 요청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명환 장관 등 외교부 차원에서 결정해 처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의 핵심 관계자는 27일 “청와대가 ‘결정’한 것은 아니고 현지와 계속 협의했을 거니까”라며 “서로 이견이 없으니까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4 선언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시정) 연설한 것은 10·4를 포함한 모든 남북간 합의를 북한과 같이 협의해서 나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10·4 선언의 모든 것, 즉 100%를 한다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의장성명에 그렇게 나간 것은 문제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5일 밤에도 “(발표된 의장성명을 놓고) 청와대에서 전체 그림을 그리다 보니 오해가 있을 만한 사항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흐름을 보면 청와대가 현지 사정을 챙기면서 최종적 의사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임 정부 외교안보 분야 핵심 관계자도 “이런 중대한 외교 사안은 청와대가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게 상식”이라며 “만약 현지 정부 대표단과 외교부 차원에서 청와대 지침 없이 결정했다면 외교안보 시스템이 작동 불능 상태라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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