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화내고…여당은 해병대 보내자하고…
한총리 헬기로 독도방문“언론용 이벤트” 비판도
“내실 다지는 조처 중요” 대통령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화내고, 국무총리는 헬기 타고 독도 가고,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독도에 해병대를 보내자고 하고 …. 독도 문제로 일본과 미국한테서 차례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뒤, 이명박 대통령과 한승수 총리, 한나라당이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대응’을 강조하며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목소리는 높지만 ‘전략적·장기적’이라고 할만한 정책적 대응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30일 “윗분들이 시류를 좇아 신경질적이고 편의적으로 아랫사람들에게 대응을 지시하는 게 정책 혼선을 초래하는 모든 문제의 뿌리”라고 비판했다. ‘분노는 정책이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한 총리가 28일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헬기로 독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영토 수호 의지를 과시했다’는 자평이 있지만, 정부 실무자들 사이에선 ‘부적절한 이벤트’라는 비판도 많다. 한-일 관계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총리의 독도 방문은 여론과 언론을 염두에 둔 일종의 쇼”라며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게 명백한 현실이므로 목청을 돋우는 이벤트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조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 총리는 독도에 세우고 온 표지석에 ‘동해의 우리 땅 독도’라는 문구와 함께 ‘국무총리 한승수’라고 자신의 이름도 새겨넣었다.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영유권 표기 변경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격노’하며 ‘철저한 경위 파악’과 ‘원상회복 대책 마련’ 지시를 한 것을 두곤, 정부 부처 관계자들 사이에서 곤혹스런 반응이 적잖다. “대통령의 말씀은 곧 정부의 정책”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반응이 시사하듯, 하루라도 빨리 ‘원상회복’을 이룰 방안만 궁리할 뿐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전략적·장기적 대응’을 모색할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공직 경험이 풍부한 전직 고위 인사는 “큰 문제가 터지면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며 “경위 파악을 앞세우는 건 책임을 떠넘길 희생양 찾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쪽의 대응은 한술 더 뜬다. 홍준표 원내대표 등은 지난 20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해병대를 독도에 보내라고 정부에 강력 주문했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의원 51명의 서명을 받아 ‘대마도의 대한민국 영토 확인 및 반환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공직 생활 10년차인 한 실무자는 “그분들은 그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제훈 조혜정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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