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31 07:35
수정 : 2008.07.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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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명위원회(BGN)가 30일 오후 독도에 대한 영유권 표기를 ‘주권미지정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에서 다시 ‘한국(South Korea)’ 또는 ‘공해(Oceans)’로 원상회복했다. 사진은 다시 변경된 지명위원회의 웹사이트.(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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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지명위원회(BGN)에 의해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변경됐던 독도의 영유권 표기가 일주일만인 30일 ‘한국(South Korea)’과 ‘공해(Oceans)’로 각각 원상회복됐다. 이런 조처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날 독도표기를 분규 이전상태로 원상회복하도록 지시한 뒤 곧바로 이뤄졌다.
미 지명위는 이날 오후 6시(미 동부시각) 자체 데이터베이스 지오넷의 외국지명 표기와 관련, 영유권을 일주일 전 표기인 ‘한국(South Korea)’ 및 ‘공해(Oceans)’로 되돌렸다. 이에 따라 독도는 다시 한국이 점유하고 있는 ‘한국령’으로 계속 표기된다. 다만 BGN의 표준명칭은 ‘독도’ 대신에 1977년 7월14일 채택된 리앙쿠르록스(Liancourt Rocks)’가 그대로 사용되며, 리앙쿠르록스의 변형어로 다케시마(Take-Shima)와 다케 시마(Take Sima)는 계속 지오넷 사이트에 소개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독도 표기문제에 대한 검토결과를 보고받은 뒤 원상회복 방침을 정해 제임스 제프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통해 이태식 주미대사에게 통보했다. 부시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행사에서 이 대사와 만나 독도 표기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원만한 해결방안을 모색토록 지시했다.
이 대사는 “미 정부가 사안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해 신속하게 조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유권 미지정 지역(UU)’이라는 카테고리는 계속 존재하지만 독도에는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부시 대통령의 결정으로 독도 표기문제는 분규 이전으로 돌아가게 돼 다행”이라면서 “하지만 우리의 외교 목표는 고유명사인 독도를 되찾도록 1977년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독도 표기 논란을 조기에 해결하고 나선 것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이 문제로 한미동맹이 훼손돼서는 안되며, 내달 5일부터 이틀간 한국방문을 앞두고 있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시 대통령은 미 연방기관인 BGN이 한국령인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표기한 사태는 쇠고기 사태로 거세진 한국민의 반미감정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독도를 주권 미지정지역으로 분류한 결정 자체가 러시아령으로 명기한 쿠릴 열도 등과 비교할 때 이중기준인데다, 실효적 지배국가 위주로 지명을 표시하는 유엔지명표준화 위원회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점 등도 반영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총동원해 필사적인 설득노력을 펼친 것도 미국의 신속한 원상회복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 평가된다. 부시 대통령이나 라이스 국무장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등 미국정부 고위관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뤄진 독도 표기 변경의 문제점을 이태식 대사 등이 직접 만나 설명하고 원상회복을 설득한 것이 주효한 셈이다.
이태식 대사는 특히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 제프리 제임스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안보부보좌관, 힐 차관보 등을 잇따라 만나 독도표기 변경에 유감을 표시하고 원상회복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 대사는 네그로폰테 부장관과의 면담에서는 “내 아내를 첩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며 강한 어조로 시정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독도 표기를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는 독도에 관한 미국의 정책이 변화된 게 없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독도 문제와 관련, “무엇보다 우리의 정책이 변화되지 않았다는데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독도 문제는 “한일 양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미국의 정책에는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또한 부시의 독도 표기 원상회복 지시가 미국 정책 근간의 변화라기보다,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한국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일시적인 조처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곤잘로 갈레고스 국무부 부대변인이 BGN이 독도의 한국령 표기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한 직후, 미국이 주권 미지정 지역에 대한 문건 표준화 작업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미국의 정부의 노력과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국내와 해외 지명을 총괄하는 BGN은 주권 미지정지역을 분류하기 위해 새로운 코드 ‘UU’를 지난해 신설했다는 게 이번 분규 과정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지오넷에서 독도의 표기를 가장 먼저 바꿨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명 문제를 다루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인식이 결코 한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일본이 지속적으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번 표기 변경이 일본의 집요한 로비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부시 대통령의 이번 조처로 미국에서 독도 주권 표기가 당분간 진정되겠지만, 중장기적인 종합대책을 세워야만 향후 문제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연합뉴스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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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실 앞 독도 시위 = 독도수호전국연대 최재익 대표의장(오른쪽 두번째)이 31일 오전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기술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진 뒤 혈서를 쓰려다 일본 경찰에 의해 제지, 강제 연행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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