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7.31 19:32 수정 : 2008.08.01 00:55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유 장관과 버시바우 대사는 다음 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해 논의한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미 ‘독도 주권표기’ 원상회복 까닭은
‘분쟁지역’으로 보는 정책 바뀐 건 아냐
부시 “독도문제는 한-일간에 해결해야”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주권 표기의 원상회복 조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한국 쪽도 놀랄 정도로 신속하게 이뤄졌다. 부시 대통령은 30일(이하 현지시각) 한국 등 곧 순방할 나라들의 언론과 한 회견에 지도까지 들고 나와 ‘굿 뉴스’가 있다며 이 사실을 알렸다. 그만큼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런 전격적인 조처를 취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5일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한국의 대미 여론을 달랠 필요가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미국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상태인데 이번 방한에서 독도 문제마저 마찰 요인이 될 경우 한-미 관계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고려해 부시 대통령과 국무부 쪽은 정상회담 전에 어떤 식으로든 독도 주권 표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3

또 국내에서 곤경에 처해 있는 친미 성향의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줄 필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한-미 동맹 복원에 ‘올인’하다가 정치적 위기에 처한 이 대통령에게 구명줄을 보내 한-미 관계가 더욱 악화하지 않도록 하자는 고려가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방문이 쇠고기 문제 등의 요인 때문에 ‘위태로운 방문’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 쪽은 이번의 원상회복 조처를 쇠고기 문제 등 악재를 일거에 덮고 우호적인 순방 분위기를 만드는 ‘회심의 역전타’로 생각한 면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정책이나 입장이 바뀐 것은 전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회견에서 “한국과 미국은 친구이며 한국민과 미국민도 함께 사는 친구”라고 강조하면서도 “독도 문제는 한-일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국무부 일각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독도를 첫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한 조처를 계속 유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한국 쪽도 원상회복을 위해 절박하게 나섰다. 잇따른 외교적 실수로 국내에서 초유의 비난에 직면한 한국 정부의 외교라인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나섰다. 이태식 주미대사는 29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 행정부와 재계 회의에 참석한 부시 대통령에게 외교 결례를 무릅쓴 채 다가가 독도 문제의 위급성을 설명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전날 이 대사를 면담한 제임스 제프리 국가안보회의 안보부보좌관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에게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서울의 외교통상부도 워싱턴 최고위층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원상회복이 발표된 직후 한국 의원단을 면담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오늘은 한국 외교 승리의 날”이라고 말했다고 박진 의원은 전했다. 하지만 분쟁지역임을 의미하는 리앙쿠르 록스란 이름은 계속 남게 된다. 엄격히 따져보면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 알맹이는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쪽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독도 주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경각심이란 소득을 얻었지만, 독도는 ‘리앙쿠르 록스’이며 ‘분쟁지역’이라는 미국의 입장이 굳어지는 마이너스 효과를 감수하게 됐다.


미국은 이번에 두 걸음을 내디뎠다가 한 걸음만 뒤로 물러났을 뿐인데, 마치 한국은 이에 감읍해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한-미 사이의 방위비 분담 문제 등에서 한국 쪽의 양보가 나오는 것 아니냐며 대미 저자세 외교에 대한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부시, 우호적 방한 분위기 조성 ‘긴급처방’
▶한나라 “MB외교 첫승리”…민주 “호들갑 떨지 마라”
▶이 대통령-부시 6일 회담서 무슨 얘기할까
▶일 관방장관 “미국에 항의 생각 없다”
▶베이징선 독도 문제 뻥끗도 말라?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