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30 19:35
수정 : 2008.10.01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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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크로파체프 총장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뒤 연설을 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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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러 기자단 간담회서 아찔한 현실인식
“다른 나라 비해 충격 적은편”…1일 귀국
러시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미국 의회의 구제금융안 부결 파장과 관련해 “금융위기로 유럽과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주가가 전부 하락한 데 비하면 한국의 물가와 주가, 환율의 충격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작은 편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정부가 (금융위기의) 긴급한 상황에 대해 선제 대응해 나간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돌파하는 등 최근 환율시장이 요동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의회도 목요일쯤 (구제금융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미국 의회에서 (구제금융안이) 통과되면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 극동지역의 한국 전용 부두 및 물류단지 설치 장소와 관련해 “두만강과 가까운 포시에트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물류단지가 건설되면 러시아뿐 아니라 철도를 통해 유럽에 화물을 보낼 수 있어 큰 물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귀국하는 대로, 러시아 교통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이 문제를 놓고 곧바로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북한 통과와 관련해 “올해 당장 된다고 말할 순 없지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스관이 설치되는 기간 안에 북한과 협상이 될 것”이라며 “북한 경제에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보다 더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북한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과 아직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우리가 얘기할 순 없으나, 반드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흐루니체프 우주센터 방문과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 알렉시 2세 면담을 마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이곳에서 이범진 공사 순국비를 방문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뒤 학생들에게 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분단은 아시아가 유럽과 하나 되는 것을 가로막는 ‘세계의 장벽’이 되고 있다”며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조속한 연결을 제안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러시아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남-북-러 철도연결 사업과 관련해 “러시아가 북한에 먼저 의사를 묻게 될 것 같다”며 “나도 북한과 만나게 되면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마트비옌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과의 만찬을 끝으로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1일 오전 귀국한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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