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북-미 상호비방 자제촉구를” 6일 잇따라 열린 한-중, 한-일 외무장관회담은 다시 불거져 나온 북한 핵실험설에다 미-중 정상 간 전화회담 등으로 북핵 문제가 초점으로 부각됐다. 다만, 한-중 외무회담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반면, 한-일 외무회담은 엇박자의 양상을 보였다. 한-일 외무회담에서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은 6자 회담의 진척이 없으면 북한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6월 중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마치무라 외상은 “6월 말에 여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일정부터 결정한 뒤 한-일 정상회담 일정을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일 외무회담에 배석했던 박준우 외교부 아태국장은 브리핑에서 논란을 의식한 듯, “마치무라 외상도 현재는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라는 데 동감한다고 말했다”며 “반 장관과 마치무라 외상 간의 대화에서 안보리라는 말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는 이날 회담에서 교과서나 독도 문제 등에서 이렇다할 진전 없이 평행선을 달렸다. 반 장관은 ‘일본이 스스로 행한 사죄와 반성의 표명을 무효화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거듭 강조한 반면, 마치무라 외상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독도 방문과 지난달 26일 한국 국회에서 처리한 독도이용법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다만 마치무라 외상은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송환, 북관대첩비 반환, 사할린 한인 및 원폭피해자 지원 등에서 일본이 나름대로 ‘성의있는 조처’를 취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일 회담이 1시간20분 동안 진행된 데 반해, 앞서 다카라가이케 프린스호텔에서 진행된 한-중 외무장관회담은 북핵 문제 이외의 현안이 없었기 때문인지 30분 만에 끝났다. 반 장관은 왕이 주일 중국대사에게 “6자 회담이 현재 지지부진한 것은 당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다시 와서 수석대표를 하라”고 농담을 건네는 것으로 분위기를 이끌었으며, 두 나라 장관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의 상호비방 자제를 촉구하는 등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회담에 앞서 반 장관은 회담 취재를 위해 대기하던 기자들에게 다가와, “중국도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해 무척 답답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회담에서 중국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주기를 당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은 이번 아시아유럽정상회의 외무장관 회의에서 역사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의식한 듯 한국과 중국 두나라에 대해선 특별 경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 장관은 “이번 회의에 참석한 장관이 모두 39명인데, 나와 리자오싱 외교부장에 대한 경호가 가장 심한 것 같다”며 “밥 먹을 때도 방 앞에 계속 경호원이 몇명씩 따라붙는다”고 소개했다. 교토/연합,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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