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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0 19:41 수정 : 2009.02.20 22:42

클린턴, ‘자유무역협정’ 표현 대신 “무역 확대”
‘아프간 파병 요청했나’ 질문에 직접대답 피해

유명환 외교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회담에서는 몇몇 핵심 현안을 놓고 미묘한 차이도 보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대표적이다. 유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함께 진전시켜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양국에 호혜적인 무역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자유무역협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강조점이 사뭇 다르다.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 기여 확대 방안과 관련해도, 유 장관은 “한국의 추가적 지원 방침과 한·일 공동사업 추진 현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한국에 파병을 요청했나’라는 질문에 직답을 피했다. 대신 “한·일이 공동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경찰 훈련을 비롯한 기타 사업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아프간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협의할 게 남았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의 접견과 오찬은 덕담과 웃음이 오가는 가운데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20분께 청와대 접견실에서 클린턴 장관 일행을 맞으면서 “한국 사람들이 아주 관심이 많고, 이렇게 와 주신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환영했다. 클린턴 장관은 “뵙게 되어 매우 기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G20(주요20개국) 금융정상회의에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주이라크 대사로 내정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남북 문제를 벗어나게 되어 시원섭섭하겠다”며 “바그다드에 가더라도 한국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동행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를 가리켜 “이번에 와서 스티븐스 대사가 미국의 대사이자 한국의 대사라는 것을 알았다”며 ‘듀얼 햇’(두 개의 감투)이라고 말했다.

양쪽은 30여분간의 접견 뒤 청와대 정원 옆 상춘재로 이동해 한 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 시작 전 클린턴 장관은 한옥인 상춘재 내부를 둘러보며 “정말 아름답다. 나무를 깎아낸 기술이 놀랍다”며 감탄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거의 200년 된 소나무로 많든 친환경 전통가옥”이라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설명했다.

식탁에는 한우 갈비구이, 야채잡채, 고구마 편과, 게살 밀쌈말이, 잣죽, 삼색전, 곶감 등이 올랐다. 특히 김치를 놓고 오랫동안 환담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김치는 과학적으로 만들어졌고, 건강에도 좋은 한국 전통 음식”이라며 “오바마 대통령도 전화통화에서 ‘불고기와 김치를 하와이에서 즐겨 먹었다’고 말씀했다”고 소개했다. 클린턴 장관은 김치를 ‘매직 푸드’라고 부르며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식으로 알고 있다”고 화답했다.

클린턴 장관은 “정말 맛있는 오찬과 풍요로운 대화를 했다. 또 어제 한국 시민들이 환대해주시고 신문에도 크게 나와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이 대외정책 기조로 밝힌 ‘스마트 파워’(군사력과 경제제재 등 하드 파워와 정치·외교·문화적 접근 등 소프트 파워를 접목시킨 개념)를 언급하며 “스마트 파워가 시대에 맞다. 클린턴 장관을 한국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덕담했다. 클린턴 장관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오찬에는 한국 쪽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 유명환 외교부 장관, 한덕수 주미대사 내정자.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미국 쪽에서는 스티븐스 대사, 힐 차관보, 폴 셀바 합참의장 특보, 토드 스턴 기후변화 특사,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이 배석했다.

황준범 이제훈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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