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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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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전망]
“비준엔 타이밍이 있다”며 서두르지 않을 것 시사
조속 처리 밀어붙이는 이 대통령과 견해차 상당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 나라 정상은 16일(현지시각) ‘한-미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에서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위해) 향후 더욱 긴밀하게 노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원칙적인 수준의 선언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국회 비준에는) 정치적 타이밍이 있다”며 “마차를 말의 앞에 놓지는 않을 것(일의 순서를 뒤바꿔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국회 비준을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에프티에이 비준을 적극 요구한 것은 우리 쪽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오후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자유무역협정이) 경제적으로 양국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미 동맹, 나아가 동아시아 안에서 미국의 역할 등 전략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의회의 조속한 비준을 당부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미 의회가 내일 비준한다면 우리는 오늘 비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준비가 끝났고, 공은 미국 쪽에 넘어갔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미국 쪽의 생각은 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어느 나라와도 통상 교섭은 어렵다. 또 한국의 쇠고기와 미국의 자동차 등 업계의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와 같은 걸림돌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 쪽 분위기는 더 냉랭하다. 특히 찰스 랭걸 하원 세입위원장, 샌더 레빈 무역소위원회 위원장 등 의회 비준 과정에서 거쳐야 할 길목에 서 있는 의원들은 한-미 에프티에이에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 에프티에이보다 앞서 타결된 미-파나마, 미-콜롬비아 에프티에이도 의회 비준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행정부로서도 경제위기 극복과 의료보험 개혁 등 당면한 현안에 견줘 한-미 에프티에이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사안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 쪽에 에프티에이 상황 진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해놓은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답이 없다”며 “미국은 경제위기 등 현안을 처리하고,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한 내부 의견 조율이 끝난 뒤에나 의회 비준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두 나라 정상은 ‘공동비전’을 통해 우주 항공, 청정에너지와 원자력 분야 등 미래·첨단과학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양쪽은 “G20과 같은 범세계적인 경제회복을 목표로 한 다자체제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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