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25 22:55
수정 : 2009.09.2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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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앞줄 왼쪽 셋째) 등 각국 정상들이 25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피츠버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막 직전 옆자리의 정상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피츠버그/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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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협력무대 G20으로
금융위기뒤 불균형 해소 위한 공조 불가피
실천력 담보 못한 G8은 안보현안 논의체로
세계의 정치·경제 질서를 조율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협의하는 중추 무대가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주요 20개국(G20)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폐막된 주요 20개국 3차 정상회의는 20개국을 세계경제의 관리자로서 자리매김하는 한편, 세계 현안에서 중국과 인도의 위상을 높였다고 <에이피>(AP) 통신이 평가했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맞아 가동된 G20은 이제 G8이 이전에 하던 역할을 확대개편해 이어받게 됐다.
주요 8개국의 중심이던 미국도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오늘 세계 지도자들은 G20을 국제 경제협력의 최고 협력무대로 지정했다”며 “이 결정은 더욱 강력하고 균형된 세계경제를 구축하고, 금융체제를 개혁하며, 최빈곤층의 삶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국가들을 회의 탁자에 모이게 했다”고 밝혔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도 “G20이 국가 공동체에서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건강을 보장하는 책임을 지닌다”고 규정했다.
주요국 정상회의는 1974년 석유위기를 계기로 모였던 미국·영국·서독·일본·프랑스 등 5개국 고위 재무관리들의 ‘라이브러리 그룹’이 시초로, 75년 이탈리아를 포함해 본격적으로 정상들의 모임인 G6이 가동됐다. 76년 캐나다, 97년 러시아가 더해져 G8 정상회의가 10여년간 이어졌지만, 서방 중심의 시각에다가 실천력과 강제력을 담보하지 못해 그동안 ‘말뿐인 성찬’으로 치부되었다. 또 90년대 이후 미국에 필적하는 영향력을 키워온 중국과 다른 주요 신흥국이 빠져 있어 효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G20에 힘이 실리게 된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월가발 금융위기다. 월가발 금융위기는 미국의 차입경제와 중국 등의 수출의존경제라는 세계경제의 ‘글로벌 불균형’에서 빚어졌다. 이제 세계 현안은 중국 등 주요 신흥국들의 주도적 참여 없이는 논의가 진행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은 G20을 2011년부터 매년 정례화하기로 결정했으나, 사실상 내년 11월 한국 회의부터 정례화되는 것이라고 청와대와 소식통들은 전했다. G20의 정례화에 따라 지구촌 거버넌스를 위한 무대는 형식적인 요건을 일단 갖췄다고 평가된다. 또 글로벌 파워가 서방 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와 남미 등으로도 퍼져나가는 역사적인 의미도 크다.
하지만 G20이 현재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인 미봉책이라거나, 영향력이 확대된 중국의 발언을 희석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백악관이나 G20의 공동성명 초안을 보더라도, G20의 역할은 경제문제에 한정되어 있고 G8은 안보문제를 다루는 주요한 틀로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G20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G2 체제를 분식하는 포럼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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