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23 20:46
수정 : 2012.05.23 21:41
무순단리에 새 로켓 발사장 건설 움직임
북, 부인에도 의심 여전…정부도 가능성 낮아
북한이 핵실험 계획설에 대해 “처음부터 예견한 것이 없었다”며 사실상 부인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시엔엔>(CNN)은 22일(현지시각) 북한 외무성의 ‘핵실험 계획’ 부인 직후, 북핵 실험의 징후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시엔엔>은 군사분석기관 ‘아이에이치에스(IHS) 제인’의 위성사진 분석 자료를 인용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굴착 장비의 움직임 등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이어 로켓 발사 움직임도 보도됐다. 북한 관련 웹사이트 ‘38노스’는 22일(현지시각)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무수단리에 새 로켓 발사시설을 건설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2016~17년 사이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이런 보도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풍계리에서 뭔가 하고 있다는 보도는 지난달 13일 로켓 발사 이후 꾸준히 나온 얘기”라며 “시설 관리 등을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국자는 “북한의 핵실험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의 움직임을 곧장 핵실험 징후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북한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바닥이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불신은 북한 외무성 발표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그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모호한 태도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2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을 통해 “처음부터 핵시험(실험)과 같은 군사적 조치는 예견한 것이 없었다”며 핵실험 계획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제재 압박 놀음에만 매여달린다면 자위적 견지에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도발’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로켓 발사와 핵억제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도 분명히 했다. 북한의 발표가 ‘핵실험 계획 부인’(신화통신)에서 ‘3차 핵실험 강행 시사’(교도통신), ‘핵억지력 강화 선언’(로이터)까지 다양하게 해석된 것도 이런 모호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분위기는 최근 국제정세 등에 비춰 북한이 당분간 핵실험을 하지 않을 가능성에 좀더 무게를 두는 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그리 절실하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효과가 과거처럼 크지 않다”며 “거꾸로 북한의 고립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실제 이달 초 뉴욕채널을 통해 핵실험 중지 등을 약속한 2·29 북-미 합의를 벗어나는 행동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핵실험 땐 추가 제재하겠다며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상황 관리도 하고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최근 방한해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영양이 필요한 주민이 있다고 보고 있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지만 당분간 북한의 향후 행보를 둘러싼 신경전이 누그러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4·13 로켓 발사 이후 북한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어떤 약속을 해도 ‘못 믿겠다’는 게 미국의 분위기”라며 “이제 북한에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이를테면 ‘영변 핵시설 폭파’ 같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suh@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