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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 의미
한-미-일 3자 안보협력 확대 강화미국 축으로 한·일 끌어들여 견제
오바마 ‘아시아 귀환’ 선언과 상통 ‘인도 동방정책 지지’도 연장선상
“미국 전략 노골적으로 반영한 회담”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의 공동성명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명문화한 것이어서 중국의 반발 등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노골적으로 반영된 회담이며 이명박 정부의 대미 올인 외교의 완성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이 이날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은 주로 대북 문제나 동북아 정세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광범위한 지역과 쟁점을 다루고 있다. 형식도 서문과 한-미 동맹, 북한, 지역협력, 범세계적 협력, 결언 등으로 구성돼 A4 용지 7장(한글본 기준) 분량에 비교적 장문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확대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한·미·일 3자 협력 강화는 미국을 축으로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오랜 전략구상이다. 특히 지난해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귀환’ 선언 이후 미국의 이런 전략은 더욱 힘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이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이나 군수지원협정 등 한-일 군사협력 강화에 적극 나선 것도 이런 미국의 전략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분절되어 있는 한·미·일 관계를 한-일 관계 강화를 통해 좀더 효율적인 협력체제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일 3각 협력체제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북방 3각 체제의 강화로 연결돼 동북아를 과거 대결과 갈등의 냉전구도로 되돌릴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는 양자의 협력 범위가 동북아를 넘어설 수 있음도 내비쳤다. 한·미가 “아세안과 중국간 당사국 행동규약(COC)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대목은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의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언급이다. 미국은 그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행동규약 합의를 요구해왔다. 반면 중국은 해당 해역이 중국의 관할이기 때문에 국제규정이 필요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또 한·미가 “인도의 동방정책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도와의 대화, 협력 및 교류를 증진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는 대목은 중국 견제에 인도를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가 “미사일 위협에 대해 포괄적인 연합방어태세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한국이 미국 미사일 방어(MD) 체제에 가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아 중국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의 대미 편중 외교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 외교정책의 일관된 흐름이었다. 이 대통령은 실제 지난해 10월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의 부상에 아시아 국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미국의 재관여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통역 과정에서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번 회담은 이 대통령의 인식이 실제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대미 편중 외교가 한국의 전략적 이해와 일치하느냐 여부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한국의 이해와 합치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이처럼 중국과 각을 세우는 일방적인 대미 편중 외교는 중국이 이미 경제면에서 한국 최대의 파트너가 되는 등 G2로 떠오르는 것을 고려하면 현명하지 못한 외교 행보”라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한국이 미국-중국의 대립구도에 일방적으로 미국 편에 서는 것은 위험하다”며 “과거 대결과 갈등의 냉전적 사고로 되돌아가려는 위험한 시도”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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