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26 19:42
수정 : 2014.09.26 22:17
양국 외교장관, 유엔본부 회담
위안부 문제 기존 입장 되풀이
정상회담 논의 진전 없이 끝나
‘정부 당국자간 만남의 횟수가 잦았지고 급도 올라갔지만, 내용적으로는 아직 진전이 없는 상태.’ 정부 관계자들 및 외교 전문가들은 현재 한-일 관계를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윤병세 외교장관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윤 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의 이번 회동은 유엔이라는 다자무대에서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지난 8월 초 미얀마 아세안지역포럼(ARF) 회동 이후 불과 한달반 만에 이뤄진 것이다. 게다가 정기회동 형태를 띤 한-일 국장급 회의가 이어지고 있고, 지난 19일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를 통해 아베 신조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 친서를 전달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수준의 한-일 외교채널 가동이 예정돼 있다.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한-일 관계가 복원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돌파구 없이는 한-일 관계 복원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단기적으론 낙관하기 어렵다. 정부 소식통은 “정상회담까진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충분한 사전 정지 작업이나 준비 작업이 없으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외교장관은 이날 뉴욕회담에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윤 장관),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기시다 외무상)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위안부 문제와 별개로 한국과 일본 정부가 별다른 이견없이 다양한 수준의 외교 접촉을 대외에 보여주는 것은 △한-미-일 삼각 안보 구축을 위해 한-일 관계 복원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을 완화할 필요성 △두 국가가 서로 너무 폐쇄적이라는 국제여론을 돌릴 필요성 등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우리 정부는 장기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일본 내부에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지 못하면 정부간에 위안부 문제가 타결돼도 일본 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윤 장관은 이날 오후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 외교장관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 쪽과) 접점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항상 문은 열려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우리가 만날 수 있으며 양측의 상호관심사에 대해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정이 너무 많은 점, 그리고 북한 대표단의 활동을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점 등으로 인해 만남을 성사시키는 게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용인 기자, 유엔본부(뉴욕)/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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