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09 20:40
수정 : 2014.12.09 20:40
11~12일 11개국 정상회의
강대국 세력경쟁 한복판
외교지평 넓히기 ‘동병상련’
미국과 중국의 세력 경쟁 한복판에 놓여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들이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한국으로 온다.
외교부는 9일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오는 11~12일 부산 벡스코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아세안 정상회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제주에서 열린 데 이어 한국에선 두번째로 열리는 것이며,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한국에서 열리는 다자회의다. 박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은 11일 저녁 환영만찬을 시작으로 12일 오전 한-아세안 협력 평가 및 미래 방향, 기후변화와 재난관리 등을 주제로 협의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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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아세안의 경제적 밀월 관계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일본과 미국을 뛰어넘었다.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두번째 교역상대국(1353억달러)이자 두번째 건설수주 시장(143억달러)이다. 지난해 아세안에 대한 한국의 흑자규모는 287억달러로, 전체 무역 흑자의 65%에 이른다. 특히, 아세안은 ‘아시아의 발칸반도’로 불릴 정도로 영토와 역사문제가 복잡했지만, 내년 말을 목표로 아세안공동체 건설을 추진하는 등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뭉치고 있다. 이 경우 인구 6억3663만명, 국내총생산(2조3889억달러)의 단일시장이 형성된다.
한-아세안 관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발전돼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엔 남북관계 및 미·중·일·러와 안정적 관계를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까지 외교지평을 넓힌다는 전략이 처음 제시됐다. 참여정부 때도 이런 기조를 이어받아 2004년 한-아세안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으며,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한국과 아세안은 지정학적으로도 닮은꼴이다. 냉전시대에는 미-소 갈등 격전지였고, 중국의 부상이 가시화된 이후에는 미-중 간 ‘친구 만들기’의 경쟁 대상이 되고 있다. 서정인 외교부 남아시아태평양국장은 “아세안 국가들은 강대국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역사가 비슷한 한국에 대해선 그런 감정이 없다”며 “아세안을 끌어들여 한국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그런 부분에 숨어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세안 회원국은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브루나이 등 10개국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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