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고이즈미 최측근 ‘제3 추도시설’ 조율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으로 한-일 관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7일 일본 방문 길에 오른다. 신사참배 갈등 우회남-북-일 파이프구실
반기문 외교 27일 방일 반 장관이 밝힌 방일 목적은 △11월 초로 잡힌 북핵 5차 6자회담의 진전 방안 협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의 △역사인식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전달 등 크게 세가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6자회담 한국쪽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가 함께 방일해, 일본쪽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9·19 공동성명 이행 ‘행동계획’ 마련을 위한 양국 협력 방안 등을 협의한다. 반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 및 마치무라 노부타카 외상과 만나 6자회담 진전을 위한 모멘텀 유지에 일본의 적극적 자세와 협력이 긴요함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일은 수교협상을 위한 정부 간 접촉을 다음달 3일쯤 베이징에서 재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아펙과 관련해선 돌발변수가 없는 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짧은 시간이나마 만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펙 같은 국제회의에선 초청국이 의장국 정상 예방을 신청하면 받아들이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파장을 어떻게 풀 것인가다. 이 문제는 12월 한-일 셔틀 정상회담의 향배와도 맞물려 있다. 그동안 12월 한-일 정상회담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외교부 등 정부 안팎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이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반 장관은 “앞으로 협의 과정과 상황 변화를 봐가며 정부 안에서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며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26일 “(고이즈미 총리가)신사 참배를 계속하면 정상 간 교류는 사실상 어렵다는 원칙은 있지만, 그렇다고 ‘안 만난다’는 방침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중간적’인 자세는 신사 참배 문제가 미묘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에는 고이즈미 총리의 최측근인 야마사키 다쿠 자민당 전 부총재가 서울에 와서 정동영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정부가 21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고위전략회의를 열어 반 장관이 일본을 방문하는 쪽으로 결정하기 전날이다. 그 전날인 19일까지만 해도 반 장관은 방일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야마사키 전 부총재는 정 장관으로부터 “(야스쿠니 신사 외의) 제3의 추도시설 건립 추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서울 방문 뒤인 25일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할 새로운 국립전몰자 추도시설 건립을 추진할 자민·공명·민주 3당의 의원 모임 결성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야마사키 라인이 북핵 문제 등 북-일 수교교섭과 신사 참배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동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반 장관의 방일은 이런 바탕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이 라인이 지난 6월 김정일-정동영 면담 이래 지난 9월 16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일본의 수교교섭 의지 전달까지 남-북, 북-일을 잇는 파이프 구실을 해왔다는 점도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 강태호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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