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10 19:49
수정 : 2018.12.1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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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1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비핵화 이후 한반도' 학술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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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 콘퍼런스서
“원래 북-미 2차회담→3자 종전선언→
김 답방하면 순서 환상적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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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1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비핵화 이후 한반도' 학술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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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관련해 “연내 아니면 연초에라도 가능한가는 북-미 관계도 좀 보고 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10일 오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비핵화 이후 한반도’ 국제 콘퍼런스에서 “어느 쪽으로 가던 보완적이고 선순환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것(답방 시기)에 너무 의미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세기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1945년부터 분단 이후 북한의 지도자가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기 때문에, 온다고 하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넘어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 상당히 큰 획을 긋는 그런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원래 우리 생각은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을 하고 그게 성공하면 3자 사이에 종전선언 같은 걸 채택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에 추동한다는 생각”이었다면서 “그 다음에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하면 시퀀스(순서)가 환상적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를 이어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게 된 상황은 그 나름대로 ‘선순환’적인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풀이다. 그러면서도 문 특보는 “개인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세기적) 결단을 내려서 서울을 방문하면 도움이 될 듯 하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 참여한 다른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 국장을 지낸 미국 내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히는 밥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S) 객원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답방 일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김정은이 주저하느냐”라고 짚었다. 양시위 전 중국 6자회담 차석대표(중국 국제관계연구소 선임 연구원)는 “(북-미) 양국이 지금 (비핵화-관계정상화 협상의) 접근법에 대해서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은 “비핵화-검증-해체한다는 (미국의 비핵화 로드맵은) 단순한 로드맵”이라며 이는 북한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과거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북한이 제시한 조건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안은 “아주 혁명적인 상징”이라면서 “핵심 시설을 해체하고 검증하고 다른 시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상응 조처를 주는 게 공정하다”고 덧붙였다.
추수룽 칭화대 교수도 북-미 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비핵화-관계정상화 초기 단계 조처 등 ‘순서’의 문제와 관련해 “행동이 있어야만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며 북한이 지난 12개월 간 핵실험을 중단한 것을 “진지한 비핵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풍계리 폐기 등 일련의 조처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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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 추수룽 중국 칭화대 교수, 스탠리 로스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양시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소(CIIS) 선임연구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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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스탠리 로스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은 신뢰가 좀 필요할 것”이라면서 “비핵화를 바라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비핵화 이후 북-미 관계가 정상화된 상황을 가정할 때 주한미군의 주둔과 관련해 “완전한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상황별로 군의 태세나 동맹의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쪽 전문가들은 그 모든 것을 논의하기 위해 북-미 간 실무회담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문 특보는 최근 북-미 고위급회담과 실무회담이 모두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쪽에서는) 최선희나 김영철에게 10번, 20번 넘게 전화했는데 평양으로부터 답이 없다고 한다. 뉴욕채널로도 얘기하는데 진전이 안 되고 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한때 북-미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던 종전선언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 연구원은 “종전선언은 북한 국내정치적으로 중요하다”며 “종전선언을 하고 나서야 북쪽도 ‘종전이 됐으니 경제개발에 집중하다’고 주민과 군장성들을 설득할 수 있다. 그래야만 영변 핵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 참가했던 미국과 중국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금을 북-미 관계, 한반도 국제정세에서 ‘역사적 순간’으로 꼽으면서도 이어지는 교착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칼린 연구원은 “내년 중반까지 (북-미 관계를 추동할) 충분한 모멘텀이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이 과정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노력을 배가해서 이 모멘텀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좋은 말로 충분하지 않다”며 “북-미 간 신뢰구축을 통해서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신뢰구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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