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30 21:16
수정 : 2018.12.30 21:26
|
청와대가 30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온 친서를 공개했다. 청와대는 친서의 직접 공개는 정상 외교에서는 친서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표지와 일부 내용만 공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
남북 신뢰관계 성과 꼽으며
정상회담 합의 실천 의지 담아
“문 대통령 새해에도 자주 만나자”
기획·중재자 적극 역할 요구
‘꽉 막힌 북미협상 동력 삼나’ 분석도
|
청와대가 30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온 친서를 공개했다. 청와대는 친서의 직접 공개는 정상 외교에서는 친서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표지와 일부 내용만 공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올해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평가와 서울 답방에 대한 입장, 새해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대한 바람을 담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신년사 발표를 앞두고 전례없는 ‘깜짝 친서’를 보낸데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합의 실천 의지를 재천명하는 등 긍정적 메시지를 던져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남북관계, 특히 ‘9·19 남북 군사합의’ 이행으로 현실화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처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남북 정상이 올해 세차례나 만나 일군 성과로 “민족이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더는 돌려세울 수 없는 화해와 신뢰의 관계”를 강조했다.
친서는 또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과 관련한 논란에 매듭을 지었다. 김 위원장은 연내 서울 방문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2차 북-미 정상회담 또는 북-미 관계 진전과 연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친서는 “2019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할 용의” 및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 의지”를 다시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을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제4차 전국농업부문열성자회의 참가자들을 만나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김 위원장이 세밑 친서라는 획기적 방식을 선택한 데는 북·미가 소강국면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올해 일군 남북,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을 새해에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기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친서는) 최고지도자들 사이의 신뢰는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지금 북-미 간 협상이 다소 정체에 빠지면서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아 판문점선언에서 약속한 종전선언이나 평양 회담에서 얘기된 서울 답방이 이뤄지지 못했지만 그 흐름은 유지할 것이며 (이행)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역할을 요구함으로써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 관계를 움직이겠다는 이른바 ‘통남통미’ 또는 ‘통남봉미’를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남쪽을 통로로 삼으면서 미국을 압박할 수 있기 문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통남통미라고 읽어줄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문 대통령이) 단순한 중재자를 넘어 ‘기획자로서의 중재자’ 역할을 요구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협상에 밝은 외교 소식통도 “좋은 쪽으로 보면 비핵화를 지속하겠다는 뜻도 있다고 볼 수 있고, 나쁘게 보면 미국을 무시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 발표를 이틀 앞둔 시점에 보낸 이번 친서가 신년사에 담길 대남 메시지의 예고편이라고 본다. 신년사의 대미 메시지는 좀 더 봐야 하겠지만, 청와대 쪽에서는 내년 1~2월에 북-미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한겨레> 인터뷰에서 “(북-미 협상이) 조만간 활발한 국면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금의 북-미 교착을 풀려면 ‘의지 표명’ 이상의 조처가 필요하다. 국면 전환을 위해서는 북·미 어느 쪽이든 비핵화-상응조처와 관련해 상대를 움직일 만한 조처를 내놓는 결단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