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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6자호’ 북-미 출신 해소가 돌파구 핵문제등 악재…남북정상 ‘악수’ 쉽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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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기상도 전문가 심층조사
지난 2005년은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한 해였다. 북핵 문제는 지난해 9월19일 6자회담 베이징 공동성명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위조지폐-금융제재 등 북-미 간의 장외 공방으로 핵 문제의 전망은 어둡다. 남북관계가 크게 확대됐음에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오히려 더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2006년은 노무현 정부가 국내정치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2007년이 되면 본격적인 대선국면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엇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겨레>는 2005년 신년기획에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와 함께 북핵 문제와 남북정상회담의 두가지 과제를 놓고 28명의 국내 전문가들에게 심층 설문조사를 벌였다. 당시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견해를 보였고 특사교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전망은 6·17 김정일-정동영 면담이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올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다만, 그동안의 정세변화를 감안해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핵문제 해법(분석과 전망) △남북한 당국의 대응에 대한 평가와 2006년 중점 추진 과제(정책 제언 및 실천적 과제의 제시) 등 모두 21개 항목으로 나눠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원로 및 전문가 67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구했으며, 이 가운데 30명이 답변을 보내왔다. 답변 전문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홈페이지(ifes.kyungnam.ac.kr)와 인터넷한겨레(www.hani.co.kr)에 게재된다.
미 고위급 인사 방북 ‘큰틀 접근’필요
회담재개 2월 이후로 밀릴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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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기상도 전문가 심층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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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6자회담의 앞길이 순탄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6자 틀이 깨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파국’에 따른 관련국들의 부담 탓이다. 5차 2단계회의 개최 시기를 두고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을 지켜 본 뒤’(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인 2월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지만, ‘열리기는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9·19 공동성명 이행과정에 대해선, ‘핵폐기 대 보상책’의 내용 및 절차를 둘러싼 이견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거론됐지만, 북한-미국간 불신 해소의 어려움을 근본 문제로 꼽는 이들도 많았다. 때문에 ‘미국 고위급 인사의 북한 방문은 필요하며 이를수록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의제를 다루는 미 인사 방북이 이뤄지려면, 북은 석달간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를 동결하고, 미국은 금융제재를 해제하는 등의 우호적 조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른 시일 안에 미 고위 인사의 방문이 실현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한국이 북-미 양쪽한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지혜롭게 행동해야 하며, 북-미의 (일탈적)선택지를 좁히는 압박 또한 구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한국의 ‘중재자’ 노릇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았다.
6자회담의 전망이 불투명한 이유로는 “미국의 해결 의지가 박약하다”(김근식 경남대 교수), “미국의 강경한 자세가 걸림돌”(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 등 미국쪽 책임을 묻는 견해가 다수였다. 반면 전성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6자회담 틀 안에서 핵폐기를 단행하려는 생각이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소수 의견’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ㅅ대 교수의 “6자회담의 진전은 북·미가 서로 당장 어려운 처지를 면하려는 전술적 대응의 결과”라는 평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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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기상도 전문가 심층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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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공동성명 이행계획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에 대해선, 고유환 동국대 교수 등 많은 전문가들이 ‘경수로 제공 문제와 비핵화의 순서·절차’를 꼽았다. 권용립 경성대 교수처럼 “표면적으로는 경수로 문제, 내면적으로는 북한체제 안전 보장 문제”라고 답한 이도 여럿 있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대중국 정책을 포용·협력으로 설정한다면, 대북 정책도 포용·협상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미국 내부 정치 상황을 보면 부시 정부의 대동아시아정책은 동맹 심화와 견제의 강화로 결정될 가능성이 좀더 높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위관리 출신 원로는 “북한은 북-미 관계정상화에 대한 전망이 서지 않는 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9·19 공동성명의 관계정상화 조항(2항)과 핵문제 조항(1항)을 병행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틀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역할에 대한 제언으로서는 ‘신뢰받을 수 있는 중개자 또는 양자를 이을 수 있는 희생적 제안’(권만학 경희대 교수 등), ‘동시 행동과 이익의 균형에 바탕한 구체적 제안’(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주문하는 의견이 나왔으며, “북-미 양쪽을 설득해야 한다”(김영수 서강대 교수 등)는 견해가 다수였다. 반면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한·미·일 공조 강화로 대중국 설득에 주력해야 하며, 미국엔 경수로 제공 시기를 명백히 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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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제와 북-일 수교는 별개”
연계 전략에 다수가 부정적…‘유연한 대응’주문
한-일관계는 독도영유권 주장에서 역사왜곡을 거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거듭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악화돼왔다. 반면에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탈냉전과 평화를 위해선 한·일의 긴밀한 협력과 북-일 관계 정상화가 요구된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가 한-일관계에 좀더 세련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상황 진단과 처방에선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우선 응답자의 다수는 과거사 문제와 북-일 수교 등 북핵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연세대 교수는 “한국이 과거사 문제를 제기하지 않더라도 중국 쪽에서 제기할 것이고, 일본은 대미국 밀착을 강화할 것”이라며, ‘연계 전략’에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고이즈미 총리가 북-일 수교 협상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일본의)동북아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당연하며, 이는 북-일간 문제일뿐”이라고 말했다. 윤대규 경남대 교수는 “북-일관계를 예상해 한-일문제를 진행하는 것은 논리비약”이라고 단언했다.
별개 문제로 보지 않고 정부가 연계시켜 접근해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직 고위관리 출신의 한 원로는 “일본은 미국의 북한 때리기에 편승해 겉으로는 북-일 수교협상을 외치면서도 납치자 문제나 유골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질 것”이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북-일 수교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북-일 수교 문제와 한-일 관계 안정화는 분리돼있지 않다”면서도, “한-일관계 안정화가 북-일 수교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북-일 관계 진전이 이뤄지는 방식의 구상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소수 의견’을 내놨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도 “북-일관계 정상화는 남북관계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정부는 대일 외교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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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등 악재…남북정상 ‘악수’ 쉽잖다
지방선거·의지부족…회의적 반응 많아
응답자 절반이 “지난해 남북관계 진전”
국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올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응답자 29명 가운데 13명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대답했으며, ‘가능하다’는 응답은 6명에 그쳤다. 9명은 유보적 반응을 보였으며, 1명은 ‘두가지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전문가들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견해를 보인 것에 견줘보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선 핵문제 해결론’과 ‘핵-남북관계 병행론’ 또는 ‘정상회담을 통한 핵위기 돌파론’ 등으로 나뉘었다. 다만, 지난해와는 달리 핵-남북관계 병행론에 선 이들도 올해 정상회담이 열릴지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전망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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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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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올해 남한의 정치적 지형 △남·북한 정상의 의지 부족 △핵문제 해결이 장기화할 가능성 △북-미 관계 경색 등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정상회담에 회의적인 이유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지금까지 정상회담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기본적으로 견지했으며, 내년에는 (지방자치 선거 등으로) 국내정치 문제가 더욱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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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개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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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만학 경희대 교수는 역설적으로 핵 문제가 악화될 경우에도 정상회담이 유용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 이유에 대해 권 교수는, “핵 문제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욱 강화되면 북한으로서는 남한과 연대를 증대시킬 필요를 느낄 것”이며, “북핵 문제가 타결국면에 들어서면 그 또한 정상회담을 열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지적했다. 핵으로 인한 긴장고조 국면에서도, 핵문제 해결의 국면에서도 정상회담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등의 ‘선 핵문제 해결론’ 또는 ‘정상회담-핵 연계론’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핵문제는 일단 9·19 베이징 공동성명으로 평화적 해결의 가닥을 잡고 북·미 모두 따라야 할 이정표를 세워놓은 상황”이라며 “북핵의 입구나 출구가 아닌 북핵의 ‘징검다리’ 역할로서 정상회담을 자리매김할 수 있다”며 ‘적극 활용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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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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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의제로는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모색과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을 위한 방안 등이 주로 거론됐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한반도 평화선언이 가장 상징적이고,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평화협정과 국가연합, 포괄적 경협과 군축을 의제로 삼자”고 제안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시기로는 상반기의 경우 핵문제 해결의 전망이 기대되지 않는다는 관측에 따라, 하반기쪽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5월말 지방자치 선거 이전에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고, 8·15가 지나면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어 북-미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가능한 3분기 이전에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북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서울을 고집한 사람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명에 불과해, 유연함을 보였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역할을 부각시킨다는 측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재 아래 러시아의 하바로프스크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을 여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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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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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북관계가 하반기부터 정체상황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가 절반 가량인 14명, ‘동의한다’가 8명으로 나타났다. 남북관계는 비교적 진전을 유지했다는 평가인 셈이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은 “2000년 정상회담의 동력이 거의 소멸된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조정단계를 거쳐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봤다. 또 노무현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남북관계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6자회담의 안정적 관리 △경협 활성화 △정치적·군사적 신뢰구축 등을 꼽아 연속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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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포럼’ 어떻게
남·북 끌고, 미·중 밀고 ‘2+2체제’로 입 모아
9·19 베이징 공동성명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관련 당사국간의 포럼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화포럼’은 어떤 형식이 되어야 하는가.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미국과 중국의 협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외형상으로는 남·북한과 미·중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만학 경희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화해협력적 분위기로 접어들었고, 중국이 일정 정도 북한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4자회담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2의 ‘짝짓기’가 현실에서 어떤 순서로 진행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다른 목소리들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위관리는 “남북이 먼저 논의를 어느 정도 진전시킨 뒤에 미·중이 참여하는 형식이 좋을 것이나, 북한과 미국이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먼저 사실상 논의를 시작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4자회담으로 시작해 실질 논의는 남·북한이 주도하고 다시 최종합의는 4자회담으로 종결하는” 방식을 내놓은 뒤, “한반도 해빙의 실질적, 상징적 의미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당사자나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핵심의제인 평화협정 체결만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의 선후관계에 대해서는 ‘병행론’과 ‘선 북핵 해결론’이 맞섰다. 익명을 요구한 ㅅ대 교수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가 이루어진 이후 한미 군사관계가 조정되고 나서 남북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갈 수 있다”며 ‘선 북핵 해결’을 주장했다. 이에 비해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핵 문제 해결은 동일한 과정의 다른 두 측면”이라며 “진행 과정에서 기술적 선후차는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동시진행적일 수밖에 없다”고 ‘병행론’을 옹호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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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명단>(가나다순, 29명)
강인덕(전 통일부 장관),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구갑우(북한대학원대 교수), 권만학(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권용립(경성대 정외과 교수), 김근식(경남대 정외과 교수), 김기정(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명섭(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성한(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김영수(서강대 정외과 교수), 김태현(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박순성(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박재규(전 통일부 장관, 경남대 총장), 박형중(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양무진(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윤대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이남주(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이우영(북한대학원대 교수), 이정철(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 수석연구원), 이혜정(중앙대 정외과 교수), 전봉근(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 전성훈(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재성(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차두현(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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