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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5 15:02 수정 : 2005.02.15 15:02

1986년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으로 안기부에서 37일간 불법감금돼 고문받았다고 주장한 심진구(45·오른쪽)씨 등이 15일 자신이 그린 `고문 수사관'들의 몽타주 등을 언론에 직접 공개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현장] 고문피해 3인, 정형근의원 등 고문가담 10명 명단·몽타주 공개

열린우리당 ‘국회 간첩조작 비상대책위원회’와 ‘정형근에 의한 고문 피해자 모임’은 15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과정에서 고문을 가했다는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수사관 10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지난 1992년 ‘중부지역당 사건’에 연루된 양홍관(46·당시 민족해방애국전선 중앙위원)씨는 이날 회견에서 당시 수사관 5명의 이름이 적힌 수사기록을 공개하고, 당사자들의 양심 선언을 촉구했다.

양씨가 공개한 수사기록에는 양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한 박아무개씨,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김아무개씨,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한 최아무개·서아무개씨, 의견서를 쓴 김아무개씨 등 안기부 수사관 또는 경찰관의 이름과 날인이 들어있다. 양씨는 지난달 검찰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이들 기록을 확보했다. 양씨는 “이들의 공소시효도 지났고 그들 또한 피해자라고 생각해,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며 “그들 스스로 양심선언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안기부 근무 당시 자신을 직접 ‘성기 고문’했다고 주장하기도 한 양씨는 “정형근씨 말대로 고문이 없었다면 역사와 민족 앞에 내 목숨을 내놓겠다”며 “정씨는 나를 포함한 고문 피해자들과의 텔레비전 공개토론에 응하라”고 주장했다.

1986년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으로 37일간 안기부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심진구(45)씨도 이날 자신의 수사기록을 통해 김아무개, 안아무개씨 등 수사관 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심씨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국가폭력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자신이 직접 그린 당시 수사관들의 몽타주를 공개한 바 있다. 심씨는 그 뒤 정보공개를 통해 이들의 이름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담배 파이프를 입에 문 정형근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단장의 몽타주도 함께 그린 심씨는 “지난 연말 18년 전의 기억으로 돌아가 열흘에 걸쳐 몽타주를 그렸다”며 “37일간, 한대라도 덜 맞으려면 수사관들의 눈을 바라봐야 했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기홍 열린우리당 간첩조작 비대위 책임간사는 “당시 수사관들의 실명이 확인됐고 국가정보원도 중부지역당 사건을 과거사 우선 조사 대상으로 정했으므로, 고문의 진실에 한층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옛 안기부)은 이날 고문 의혹 주장에 대해 “국정원 진실위원회의 규명작업을 지켜본 뒤 판단할 일”이라고 밝혔다.


KBS 16일 ‘추적60분’서 정형근 고문논란 방송…정의원, 이미 양씨 고소

한편, KBS는 16일 방영될 <추적 60분>에서 ’정형근 고문 논란, 누가 거짓을 말하나’란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으로, KBS는 고문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 의원의 고문 가담 의혹을 제기하고 고문 수사관 4명의 몽타주를 제작해 공개수배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형근 의원은 “만약 조사를 통해 해당 사건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조사 과정에서 고문이 없었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한 사람들은 법적·역사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 의원은 자신에게 성고문 의혹을 제기한 양홍관씨를 상대로 이미 고소를 한 바 있다.

아래는 15일 열린우리당 ‘국회 간첩조작사건 비상대책위’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열린우리당 ‘국회 간첩조작사건 비상대책위’의 기자회견

△유기홍 의원 (열린우리당 간첩조작비대위 책임간사)

=작년 이철우 의원 간첩조작 사건 계기로 비대위가 만들어졌고 비대위 차원서 이철우 의원 간첩조작 사건 대응하다가 한당 세 의원을 검찰 고발하고 윤리위 제소했고 그 과정서 고문으로 쟁점 이동. 열린우리당은 고문피해접수처 둬서 조사작업 진행해왔다. 오늘 증언할 양홍관씨 포함해 몇 분들이 그 사이 새롭게 밝혀낸 사실들이 있다.
서경원 전 의원은 88년 밀입북으로 정형근씨로부터 노동당 입당, 디제이 친서 등 자백 강요당해 직접 고문당했다는 주장해왔다. 심진구씨는 민족해방노동자 사건으로, 당시 고문 수사 기록, 정형근 의원 포함해 당시 고문 수사관들의 몽타주를 직접 그려서 오늘 공개할 예정이다. 양홍관씨는 직접 성기고문을 당했다는 증언을 이 자리서도 한 적 있다. 옛 수사기록 통해 직접 고문 가했던 수사관들 이름을 확인해 오늘 공개한다.
이철우 의원에 대한 간첩조작 사건으로 시작해서 고문 문제 등 과거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밝혀내기 위한 일로 주안점이 옮겨가고 있고, 열당은 그간 양홍관 포함해 총 9건의 고문사례 제보받아 조사 진행중이다. 오늘 이건도 그간의 진행 보고드리는 내용이다. 우선 당시 고문 피해자들의 직접적 고문을 들어보겠다.

△심진구(86년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으로 안기부 37일간 감금 조사)

=고문 가해자인 정형근 같은 사람이 버젓이 국회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선 우리 국가나 역사가 잘못 거꾸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잠 못 이루고 있다. 86년 12월10일 날 영장도 없이 불법체포해서 온몸 벌거 벗겨서 남산 안기부로 데려갔다. 어젯밤 꼬박 샜다. 이게 남산 지하 측면도다.(그림 보임) 옷 벗기고 구두 벗기고, 검은 고무신 신으라고. 끌려 내려서 밑으로 내려갔다. 10여차례 피를 닦은 샤워장이다. 이렇게 피투성이가 됐다. 심문조서를 몽둥이로 맞아가면서 억지로 쓰고 있을 때 바로 이 문을 열고 정형근씨가 들어왔다. 여기 다섯명 명단 알아냈다. 정형근이 파이프 담배 물고 왔다. (몽타주 제시하며) 구O호라는 사람이고, 그 다음에 차장으로서 정형근 바로 부하 김O갑으로 안다. 이름이 약간 바뀔 수도 있지만, 봉O성, 김O택, 안O훈 등 5명 알아냈다. 이 몽타주 외에도 5명이 있다. 차후 그릴 계획이다.
정형근이 들어오자 그와 4명이 일렬로 서서, 정형근이 “15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못했어? 심진구, 여긴 국회의원도 잡아서 부는 곳이다. 고등학교밖에 안 나온 놈이 아는 게 너무 많다” 등.
심문조서에 지장만 찍으면 바로 간첩이 돼서 형장 이슬이 되는 것이다. 전두환이 위기 때 나를 간첩으로 써먹기 위한 것이다. 나는 파이프 담배 한 모금 빨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내가 그림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정확히 그 모습 기억한다. 이 지하에 전부 불법이다. 가둬두고 불 끄면 피라미드 지하 시신 있는 느낌. 굉장히 무섭다.
정형근이 “고문한 사실 없다, 있다면 공직 사퇴한다”고 국민에 약속했다. 절대 정형근을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여기 국회의원 모든 분들도, 정형근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엄청나게 당할 것이고 지난 역사 되풀이될 것이다. 정형근을 이제 국회 차원, 국민 차원서 반드시 심판받게 해야 한다.



▲ 심진구씨 등 안기부 고문 피해자들이 고문이 이뤄진 남산 안기부 지하 취조실 측면도 등을 공개하고 있다. 심씨는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한 남자의 몽타주를 현재의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이라고 주장했다. 황석주기자 stonepole@hani.co.kr


△서경원(88년 국회의원으로 밀입북해 김일성 주석 면담)

=농민운동 하는 사람으로서 76년도 함평고구마 사건 수사하는 도중 경찰 정보과장이 나를 사상불순, 나중엔 간첩으로 만들었다. 76년부터 나는 간첩이었다. 어느 날인진 모르지만 9시15분부터 직원 다 나가고 문 닫고 다음날 1시까지 매 맞았다. 노란 바가지가 거의 피가 됐다.
정형근이라는 사람은 지금까지도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런 일 있다면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내가 98년 출옥했는데 “내가 어떻게 현역의원을 고문했겠냐”고 한다. 검찰이나 재판부는 피해간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간호사가 따라가는데, 내가 쓰러졌을 때 의사만 3명이 왔다. 그 사람들 잘 살고 있다. 이 사람들을 언론도 안 찾는다.
임성덕 검사가, 안기부 직원들 불러다 질문하는 가운데, 서경원이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었는데, 정형근이 쇠고기 사오라고 돈 부쳤다고 진술했는데도 증거불충분이라고. 고문을 지하에서 했는데 지금까지도 증거가 없다고 얼버무려도 언론은 비켜간다. 참 우습다.

△양홍관 (92년 민족해방애국전선 사건때 ‘정형근이 성고문’ 폭로)

=나의 구체적 고문사례는 이미 말씀 많이 드렸다. 사례는 말씀 드리지 않고, 수사과정 고문피해 관련 검찰에 고소했는데, 그때 고소 기각하면서, 특정인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각됐다. 그 문제 극복하기 위해, 정형근도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이번에, 피의자 심문조서 12년 전 기록 찾아냈다. 가운데 글자는 뺐는데, 나는 그 분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12월14일 기자회견하면서 정형근에게 나를 고소하지 말라고 한 것은, 내 사건에 100여명 관련되어 있고 수사관이 1000명이다. 그 사실 다 밝혀내면 한 나라의 정보기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 분들이 고문에 가담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형근이 자신 살겠다고 나를 고소해서 국가 상처 드러내지 않길 바랐다. 결국은 정형근은 자신을 위해 나를 고소했고, 우리 상처는 다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까지 온 것 안타깝다.
오늘 주장하려는 것은, 정형근이 자꾸 본말 전도하고 선후 착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철우 관련해서 우리가 먼저 조작 등 제기한 게 아니라, 자기들 정권 유지 위해 한당이 자신들 스스로 드러내고 거짓말 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먼저 문제 제기한 것으로 얘기하는데, 이는 선후에 대한 착각이다. 정형근이 얼마 전 KBS 인터뷰서 이 문제 먼저 제기한 사람들은 역사와 민족 앞에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분노 느낀다. 고문 사실이 없었다면 나는 역사와 국민 앞에 내 목숨을 내놓겠다. 가혹행위 없었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것을 정형근에 전달하고 싶다.
본말이 계속 전도되는데, 이 점에 대해 정형근에 티브이 공개토론 제안한다. 본말 전도 극복 위해 정형근이 국민 앞에, 나와 여기 있는 분들과 함께 공개 티브이 토론 제안한다. 92년 중부지역당 사건은 노태우 말기에, 전두환 노태우는 80년 광주항쟁을 총칼로 짓밟고 등장한 정권이다. 그 속에서 안기부가 뭔가. 그 상황서 안기부 지하실에서 구타와 고문, 아무런 사실 없이 중부지역당 간첩단 사실이 밝혀지겠나. 여러분 상식을 믿는다.

△유기홍

=자료를 두가지 배포중이다. 하나는 양홍관, 하나는 심진구 관련 자료다. 여기 보면 안기부 사법경찰관 아무개 이런 식으로. 이 자료가 얼마전까지도 본인에게도 공개 안 됐던 것인데 정보공개법에 의해 최근에 공개된 것이다.
자연인 정형근 의원을 공격하기 위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걸 말씀드린다. 피해자 주장과 가해자 부인이 지금까지 일반적. 진실게임 규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쨌든 당시에 고문 가했던 사람들 이름이 나왔다. 특히 국정원이 중부지역당 사건은 우선 조사 사건으로 선정했고, 심진구 관련 사건은 조사대상 아니지만 양홍관씨가 주장하는 것은 국정원 조사에서 명백히 진실 가릴 것을 촉구한다.
나 역시 정형근의원에 이 문제 공개토론하자고 했다. 그런데 본인은 간첩하고 무슨 공개토론이냐고 했다. 양홍관, 이철우 의원 모두 공개토론 제안했었다. 정의원은 마찬가지로 거부했다. 진실 밝히기 위한 모든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본인이 수락하면 언제라도 공개토론 주선할 의지가 있다.



▲ 심진구씨 등이 15일 밝힌 남산 안기부 지하 취조실. 황석주기자 stonepole@hani.co.kr


■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어떻게 실명 밝혀냈나
=(양홍관) 공소시효가 만료된 분들이다. 그분들 법적 접근보다는, 공소시효 만료가 됐고, 그들 넣자는 게 아니고, 국가폭력에 의한 단절이.. 그 분들의 양심있는 선언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이름 전체 공개하지 않는 것도, 그 분들 보호하고 양심 선언 촉구하는 의미다. 법적 측면은 지금 현재로는 고민하고 있지 않다. 국정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이 사람들 현직에 있나
=(양홍관) 다방면으로 찾으려 했는데, 국정원서도 질의했는데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인터넷 인물 찾아봐도 구체적으로 찾아낼 수 없었다. 폭력의 시대를 마감하자는 측면에서.

-몽타주는 최근 그렸나
=(심진구) 지난해말부터 열흘에 걸쳐서 그렸다. 18년 전으로 돌아가 열흘간 침몰해야 나오지, 그냥은 안나와. 정형근 부하들이 국민들에 드러날 때는 확실해질 것. 한대라도 덜 맞으려면 그 사람 눈과 입을 봐야 하므로 37일간 고통당해서 뇌리에서 안 떠나.

-심문조서에 고문이라고 나오진 않는데
=(양홍관) 사법경찰관이 질문하고 피의자가 진술하는 걸 기록을 하고, 피해자가 도장 찍고 심문자가 도장 찍는다. 고문했다고 쓰여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지만, 최소한 20일간 저와 함께 있었다는 게 기록에서 확인되면서 정황적으로 방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피의자 심문조서의 사법경찰관이 저희와 함께 생활했고 고문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유기홍) 고문은 피해자 주장과 가해자 부인으로 일관해왔다. 본인들은 다시 부인할 지 모른다. 20일 이상 생활하고 무인 찍은 사람 찾아낸 것은 진실에 접근한 것이다. 이번 고문 수사관들의 실명이 확인된 것은 이제까지 고문수사 실체 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겨레> 정치부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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