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 빼먹고 전문가 의견 듣고도 쉬쉬
여 '달래기' 야 '튕기기'…국민 따돌려
두 당 의원들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도 최대 쟁점인 행정기관 이전 규모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등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회의 내용이 공개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두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속내는 조금 다른 것 같다.
한나라당의 경우, 충청권의 반발 가능성을 의식해 자신들의 주장이나 당론이 회의장 밖으로 전해지는 것조차 피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행정도시 건설안에 대해 ‘준 천도’라고 반대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공개적으로는 “외교통상부와 국방·재정경제·법무부 등 행정중추기관은 옮길 수 없다”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 소위에 소속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정치적으로 볼 때, 여당이 일방적으로 몰고 갈 경우 야당이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거나 따질 수 없지 않느냐”며 “여야의 안을 공개해놓고 옳고 그름을 따지다보면 여야 홍보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의 내용의 공개가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은 행정도시특별법의 ‘2월 처리’ 시한에 쫓겨 한나라당을 달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소위 위원장인 박병석 의원은 “우리 당으로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모셔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열린우리당은 이달초만 해도 “이런 사안일수록 공개해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라고 밝힌 바 있다.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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