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7 14:51
수정 : 2005.02.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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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의 유관순 열사(죄수번호 371). 사진출처는 이화여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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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3·1절행사 유관순기념관’ 관련 공무원의 불만
“‘또다른 박정희 지우기 시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조선일보 17일치)
“‘박정희시대 흔적 지우기’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동아일보 17일치)
“‘박정희 흔적 지우기’와 맥이 닿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주기 때문이다”(세계일보 17일치 사설)
3·1절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누굴까? 바로 유관순 “누나”요, 열사다. 하지만,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유관순 열사의 모교인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올해 3·1절 기념식이 열리는데 대한 언론의 해석은 이렇게 ‘생뚱맞다’.
3·1절 기념식 장소가 지난 1978년 개관된 뒤 해마다 열린 세종문화회관에서 유관순기념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이번 삼일절행사 장소에 대해 “세종문화회관이 박정희 시대의 대표적 상징물이기 때문에 장소를 바꾸려 한다”는 ‘의구심’과 ‘해석’을 익명의 취재원을 입을 빌어 전달했다.
행자부 공무원 “근거도 없이, 택도 없는 말을 기사로 썼어요. 소설도 유분수지”
‘의혹’의 장소변경을 결정한 행정자치부 의전과 관계자의 생각은 무엇일까? 그의 목소리는 다소 높았다.
“근거도 없이 이상한, 턱 없는 말을 기사로 썼어요. 소설을 써도 유분수지…. 골탕을 먹으려고 하는 건지…. 한번 삐딱하게 보자면 끝이 없는데…무슨 악의를 갖고 있는지 도대체….”
보수언론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3·1절 행사장 바꾸려는 이유 뭔가”라는 세계일보 사설에 대한 답변은 무엇일까? “3·1절 행사부터 애국선열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장소에서 치러, 광복 60주년의 열기를 8·15 광복절까지 이어가기 위한 것이다”는 공식설명보다 더 담백한 설명은 이랬다.
“올해가 광복 60주년이니까 횃불을 들자는 것이지, 다른 뭐가 있어요? 아무 다른 뜻도 없어요. 순수해요. 의전과에서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검토 안했겠어요? 다 했어요. 천안에 있는 유관순기념관도 생각해보고. 그런데 천안은 작아요. 광복 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다 협의해서 제일 나으니까 결정한 겁니다. 탑골공원과 함께 이원으로 행사를 치르니까 얼마나 뜻이 깊습니까?”
“아니, 박정희대통령이 여기서 왜 나와요? 어이없게…기자들이 참”
그는 불만을 터뜨렸다. “아니, 박정희 대통령이 여기서 왜 나와요? 어이가 없어서…. ‘껀떡지’(건더기)도 안되는 것을 갖고 사설까지 쓰니…기자들이 참….”
“3·1절과 아무 상관도 없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유관순 열사의 모교로 3·1절 기념식 행사장을 바꾼 거대한 ‘의혹’의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도, 그 ‘음모’의 진실을 파헤칠 ‘가치’도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다. 어쨌듯, 행사장을 바꾼 관계자는 이렇게 끝냈다.
“아무 다른 뜻 없어요. 순수해요. 소설 좀 쓰지 맙시다. 제발 그대로 좀 합시다. 돌아가신 분(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혼이 얼마나 편할지….”
유관순기념관도 세종문화회관과 마찬가지로 박정희시절에 지어져
조선·동아일보 등이 박정희시대에 지어져 ‘박정희 흔적 지우기’라고 의혹을 제기한 세종문화회관 건물과 마찬가지로, 유관순기념관도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시절인 1975년에 지어졌다.
유관순기념관은 1963년 4월 25일 미국 감리교 총무 미스 마거릿 빌링글리(Miss Margaret Billngly)의 주선으로 105,000달러를 토대로 기공식을 거행하고 1968년 5월11일 공사를 착공하였으나 기금부족으로 1969년 4월 골조건축만 한 채로 공사가 중단되었다. 1970년 11월 30일 강당건축재건위가 구성돼 74년 3월25일 완공되어 개관했다.
연건평 2,505평 무대 200평 1층 로비 154평 2층 로비 200평 좌석수 1층 1,334석 2층 431석 총 1,765석 소강당이 500석 건물의 높이는 전면 19.3m 후면 24.9m이며, 주로 음악회, 연극, 강연회, 청소년 문화행사장으로 사용된다.
행자부 공무원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삼일절 행사장소로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유관순 열사의 흔적이 깊게 서린 유관순기념관을 정했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박정희씨가 일본제국주의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장교 출신이라는 사실에 지나치게 콤플렉스를 느낀 세력이, 행사 담당자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희한한 논리를 들고나온 것은 아닐까?
사학자 강만길 상지대 총장은 16일 한 심포지엄에서 “일본군 장교 출신이 쿠데타를 해서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과거사 청산) 문제가 안 풀렸다. 독립운동을 한 사람이 대통령을 했다면 문제가 빨리 풀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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