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고는 각종의견 첨부 전산망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역대 대통령들과는 아주 다른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여왔다. 분권과 탈권위주의로 대표되는 그의 국정 운영은 여러 면에서 독특한 ‘권력문화’를 낳았다. 그 단면들을 간추려 본다. ◇ ‘독대’ 금지=취임 첫해인 2003년 상반기에 노 대통령은 한 참모와 우연찮게 단 둘이 마주앉게 됐다. 엉겹결에 독대가 이뤄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집권당 지도부에 대한 인물평가와 함께 뭔가 중요한 결정이 하나 내려졌다. 얼마 뒤 그 결정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측근들을 불러놓고 “설사 나와 독대성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그 자리에서 가치판단이나 무슨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보고는 절대 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 비서실장은 없다=과거 정권까지는 대통령이 1인자로서 인사 등에서 전횡을 했던 만큼 2인자로서 비서실장의 의미가 컸다. 대통령이 혼자 다 못하니까 2인자인 비서실장이 개입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비서실장이 하는 일은 종전과는 다르다. 청와대에 인사수석이 생기면서 비서실장의 권한은 인사추천회의 구성원 ‘8명 중 2명’ 정도로 적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 총리 실세화=고건 총리 시절과 이해찬 총리 시절은 확연히 달라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당 지도부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분권형 국정 운영이 잘될 경우 총리를 당에서 선출할 정도로 당과 총리에게 일상적 국정운영 전반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최소한 일주일에 두 번 총리와 공식적으로 만나도록 돼 있다. 월요일에는 총리·비서실장과, 화요일에는 총리·책임장관들과 함께 오찬을 한다. 이 밖에도 이 총리는 노 대통령을 수시로 만난다. 과거 같으면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야 할 일 가운데 상당 부분이 총리와 국무조정실로 넘어가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중요한 정책은 주로 ‘당정회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다. ◇ 시스템 ‘공화국’=청와대의 각종 보고는 토론을 전제로 하도록 시스템화돼 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자체 전산망(이지원) ‘문서관리카드’를 통해 각종 보고와 지시를 한다. 문서관리카드는 한 가지 사안을 놓고 일어난 각종 회의와 관련자들의 의견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첨부하도록 했다. 토론이 없는 보고, 다양한 견해가 없는 보고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백기철 기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