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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열린우리당 집행부 초청 만찬에 앞서 임채정 의장, 정세균 원내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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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취임2돌 분권과 탈권위 실험 2년
1. ‘절대권력’ 내놓은 대통령
2. ‘파워엘리트’ 교체
3. 정당정치 패러다임 변화 소속당 공천권·운영자금 ‘하명’ 일절 없애
주요정책 의사소통 혼선…갈등조정 과제
“대통령이 당을 방임해서 젖을 떼는 데까지는 어느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당이 ‘홀로서기’를 이루고, 그 토대 위에서 성숙한 당정관계를 정립하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 노무현 대통령의 새로운 ‘정당정치 실험’을 평가하는 열린우리당 의원의 말이다. ‘당정분리’를 통해 여당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려는 시도가 과거의 숱한 병폐를 치유했다는 데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당정간의 원활한 소통과 당의 자생력이라는 측면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 ‘제왕적 총재’에서 평당원으로 =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신이 속한 정당의 당직 인사에 손댄 적이 없다. 여당 국회의원에 대한 공천권도 행사하지 않았고, 당 운영자금과도 거리가 멀다.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당의 총재를 겸하며 당의 인사권과 공천권, 재정권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원내총무는 하루 단위로 정무수석과 접촉하며 총재인 대통령의 ‘하명’을 받았고, 중요 사안은 비서실장에게, 핵심 사안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당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다. 지난해 아예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폐지했고, 곧이어 정무특보 자리도 없앴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취임 인사차 방문한 것을 빼곤 노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며 “노 대통령이 주례회동을 통해 당 지도부에 일일이 지시하던 과거와 견주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당정분리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접근했다”며 “의회가 대통령의 시녀로 전락했던 과거 병폐를 시정한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무수석실 폐지 의도적 거리 ◇ 분리엔 성공, 소통은 미흡 = 그러나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당정간의 유기적 협력은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거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한 분리와 단절에 무게가 실리다보니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 정책 조율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졌다는 게 비판론의 핵심이다. 이라크 파병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양도소득세 중과세, 종합부동산세 도입,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개정, 국민연금법 개정 등을 둘러싼 당정청간의 혼선이 사례로 지적된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사안에 대한 당정분리, 정책적 사안에 대한 당정일치’라는 원칙을 제시해 당정분리와 별도로 당정간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려 했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정치와 정책이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 또다른 문제였다. 한 의원은 “혼선이 빚어진 정책들 대부분이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었다”며 “정책조율 과정에서 당의 정무적인 기조를 관철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민전 교수는 “노 대통령이 정당과의 단절에 치우쳐 의회를 설득하고 건강한 당정간 협력관계를 맺는 데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이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한 ‘유아적 관행’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성숙한 당정관계를 가로막는 일차적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노 대통령이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천천히, 차근차근 풀어가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자 중진 의원들이 득달같이 대체입법을 추진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당정분리 이후 당의 정국 주도력과 갈등조정력이 현저히 떨어진 점도 숙제로 떠오른 부분이다. 지난달 이기준 교육 부총리 인사파문 당시 많은 여당 의원들이 “당의 의견을 반영할 통로가 전혀 없다”며 답답함을 나타냈다. 한 의원은 “여권 내부의 최고 정점인 대통령과 당의 연결고리가 차단돼 당의 활력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 정책능력 키워야 관계정립 ◇ 당의 ‘홀로서기’가 열쇠 = 민병두 의원은 “지금은 지도력의 전환기에서 당정간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모색하는 학습기”라며 “종국적으로는 당이 대통령의 힘과 권위를 빌리지 않고도 정국을 주도하고 대통령과 대등한 관계에서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정책능력 배양은 수평적 당정관계로 발돋움하기 위한 디딤돌로 꼽힌다. 천정배 전 원내대표는 “여당이 정부의 정책을 통과시키는 ‘고무도장’의 위치는 벗어났지만 정책적 주도권은 여전히 정부가 쥐고 있다”며 “당이 국가적인 의제를 설정하고 큰틀의 정책방향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정분리의 원칙이 뿌리를 내릴수록 당과 대통령을 연결하는 제도화된 통로가 있어야 한다”며 “정무수석실을 부활하지 않더라도 입법화 과정에서 정무적 판단을 가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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